막 내린 '어셈블리'…정치 드라마 새 영역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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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싸우는 사람 아니잖아요"
감칠맛 나는 대사로 시청자 호응
로맨스·막장 요소 없이 인기 끌어
"국회의원, 싸우는 사람 아니잖아요"
감칠맛 나는 대사로 시청자 호응
로맨스·막장 요소 없이 인기 끌어
지난 7일 인천 영종도에 있는 KBS 수목드라마 ‘어셈블리’ 세트장. 집권여당 사무총장 역을 맡은 장현성과 야당에서 여당으로 갈아탄 후 ‘철새 정치인’ 소리를 듣고 있는 조웅규 의원 역의 최진호가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다. 비장한 표정의 두 배우는 감독의 ‘OK’ 사인이 나자마자 웃는 표정으로 디스크자키(DJ) 흉내를 내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판은 이렇게 돌리는 거야.” 헤드폰을 쓴 채 레코드판을 돌리는 시늉을 하는 최진호의 모습에 촬영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드라마의 인기를 반영하듯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지난 17일 20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이 드라마는 ‘정치 드라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의 감동은 주인공 진상필 의원(정재영 분)의 캐릭터에서 나온다. 기업인이 억지로 떠넘긴 명품시계를 현금으로 바꿔 노숙자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은행장이 뇌물로 건넨 수천만원을 그의 면상에 던져 버린다. ‘비리 종결자’의 국무총리 입성을 막기 위해 장장 25시간 연속 의사진행 발언으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를 저지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검찰 수사를 자청하는 현직 국회의원.
한마디로 그는 뚝심있는 캐릭터다. 사람들은 ‘능력은 없어도 심지 하나는 굳은 사람’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사실 그는 대단한 ‘능력자’다. 고등학교 중퇴에 벌크선 용접공 출신인데도 서울대를 나온 보좌관이나 차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집권당 사무총장과의 말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능력의 핵심은 ‘진심 정치’다. 그는 당리당략에서 자유롭다. 그의 관심은 ‘치고박고 이기는’ 데 있지 않다. 같은 해고 노동자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으나 어쩔 수 없이 엎어져 버린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있다.
이 우직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호응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매회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건 어떤 매력이죠?”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부터 알아보았습니다” “현실에서도 이런 국회의원이 많기를” 등의 말들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빠져든 또 다른 요인은 “국회의원, 싸우는 사람 아니잖아요. 법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는, 그런 좋은 법 만들라고 국회의원 뽑는 거잖아요.” “국민당을 철새 도래지로 만든, 아 그 조웅새(조웅규+철새)?” 등 감칠맛 나는 그의 대사였다.
드라마의 주제는 지난 10일 방송된 18회에 비로소 드러났다. 자신을 음해하고, 구치소까지 가게 한 집권여당 사무총장(장현성)을 마침내 잡았는가 싶었는데, 또 뒤집혔다. 사무총장은 대선자금 비밀장부를 매개로 ‘반(反)청와대파’와 거래하고, 어제까지만 해도 앙숙이었던 사무총장과 반청와대파는 밤사이 둘도 없는 한 편이 돼 버린다. 이들의 느닷없는 연대 앞에 진상필 의원은 무력하기만 하다.
여기서 그는 반격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간다. 오랜 꿈이었던 ‘패자를 위한 두 번째 기회 지원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진정한 국회의원으로 거듭난다. 로맨스와 막장 요소 없이 끝까지 우직함으로 승부한 드라마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지난 17일 20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이 드라마는 ‘정치 드라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의 감동은 주인공 진상필 의원(정재영 분)의 캐릭터에서 나온다. 기업인이 억지로 떠넘긴 명품시계를 현금으로 바꿔 노숙자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은행장이 뇌물로 건넨 수천만원을 그의 면상에 던져 버린다. ‘비리 종결자’의 국무총리 입성을 막기 위해 장장 25시간 연속 의사진행 발언으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를 저지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검찰 수사를 자청하는 현직 국회의원.
한마디로 그는 뚝심있는 캐릭터다. 사람들은 ‘능력은 없어도 심지 하나는 굳은 사람’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사실 그는 대단한 ‘능력자’다. 고등학교 중퇴에 벌크선 용접공 출신인데도 서울대를 나온 보좌관이나 차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집권당 사무총장과의 말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능력의 핵심은 ‘진심 정치’다. 그는 당리당략에서 자유롭다. 그의 관심은 ‘치고박고 이기는’ 데 있지 않다. 같은 해고 노동자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으나 어쩔 수 없이 엎어져 버린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있다.
이 우직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호응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매회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건 어떤 매력이죠?”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부터 알아보았습니다” “현실에서도 이런 국회의원이 많기를” 등의 말들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빠져든 또 다른 요인은 “국회의원, 싸우는 사람 아니잖아요. 법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는, 그런 좋은 법 만들라고 국회의원 뽑는 거잖아요.” “국민당을 철새 도래지로 만든, 아 그 조웅새(조웅규+철새)?” 등 감칠맛 나는 그의 대사였다.
드라마의 주제는 지난 10일 방송된 18회에 비로소 드러났다. 자신을 음해하고, 구치소까지 가게 한 집권여당 사무총장(장현성)을 마침내 잡았는가 싶었는데, 또 뒤집혔다. 사무총장은 대선자금 비밀장부를 매개로 ‘반(反)청와대파’와 거래하고, 어제까지만 해도 앙숙이었던 사무총장과 반청와대파는 밤사이 둘도 없는 한 편이 돼 버린다. 이들의 느닷없는 연대 앞에 진상필 의원은 무력하기만 하다.
여기서 그는 반격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간다. 오랜 꿈이었던 ‘패자를 위한 두 번째 기회 지원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진정한 국회의원으로 거듭난다. 로맨스와 막장 요소 없이 끝까지 우직함으로 승부한 드라마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