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맡기로 한 가운데 17일 서울 서소문동 본사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맡기로 한 가운데 17일 서울 서소문동 본사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금융위원회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 계획을 접고, 부실채권 투자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확대 개편해 기업 구조조정을 맡기기로 한 것은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살릴 기업은 살리고 ‘좀비기업’은 신속하게 솎아내는 게 중요한데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설립해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 대안을 찾게 됐다. 은행들이 구조조정전문회사 출자에 부담을 느낀 것도 방향을 바꾼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암코 확대 개편안이 구조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선택

금융당국은 올 들어 기업 구조조정을 관(官) 주도에서 시장으로 넘기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과 함께 기존 유암코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누가 출자할 수 있는지를 탐문한 결과 외국계 은행, 보험회사, 저축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관심을 보였다”며 “그래서 구조조정회사를 신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돈을 대겠다는 기관들이 많아지자 신용위험평가 C등급 이하 기업을 주로 담당하는 유암코와는 별개로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기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출자금 규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참가 의향을 밝혔던 투자자들이 하나둘 빠지면서 구상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여기다 구조조정전문회사 출자를 둘러싸고 은행들이 부담감을 호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유암코에 이미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대기로 약정한 마당에 또 다시 신설 구조조정 회사에 출자약정 1조원, 대출약정 2조원 등 3조원을 투입하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했다.

정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전문회사 신설로 인사 관련 잡음이 일 것을 우려한 측면도 유암코 활용으로 선회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암코 출자자들이 은행들인 만큼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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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암코·산은이 구조조정 주도

금융위는 다음달 중 유암코 운영에 대한 세부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부실채권 처리 분야의 민간 전문회사인 유암코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공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개혁이 필요하지만 산업은행은 주요 제조업체 대출채권만 10조원어치 이상을 갖고 있다”며 “산업은행을 기업 구조조정 프로세스에서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구조조정은 유암코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암코의 2013년 말 이익잉여금은 3099억원에 달한다. 매년 이익을 낸 뒤 주주 배당을 하고도 돈이 쌓여 있다. 작년엔 574억원의 순이익(연결기준)을 거뒀다. 그럼에도 기업 신한 국민 KEB 하나 농협 우리은행 등 6개 주주가 출자하기로 약정한 1조원 중 실제 유암코로 들어간 돈은 절반(4860억원)에 불과하다. 아직 5140억원의 자본을 더 충당할 여력이 있는 셈이다.

유재훈 금융위 구조조정지원팀장은 “유암코의 신용등급은 ‘AA0’로 시장성 차입을 통한 자본 확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암코 관계자는 “2004년 1월 워크아웃 기업이던 세하를 인수해 구조조정을 통해 워크아웃에서 졸업시켰다”며 “채권은행들도 당초 예상을 웃도는 회수율로 대출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박동휘/김은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