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 다시 한 번 점화되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가 정리된 이후 잠잠해졌던 계파 갈등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놓고 불거지고 있다.

친박근혜(친박)계의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안이 어제 통과되면서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가 굉장한 어려움에 봉착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하고 당선된 김무성 대표가 떳떳하게 입장을 밝혀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 국정감사 이후에 김 대표의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왔다”며 시한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날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서 최고위원이 공개발언을 하면서 친박계가 본격적인 김 대표 공격에 나선 모습이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별다른 토론은 없었으며 김 대표가 “우리는 국민공천제로 간다”고 말해 재차 도입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주장은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 드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친박계의 거부감은 내년 4월에 있을 20대 총선 공천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친박 물갈이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치 신인에 대한 기준도 불분명하고 역선택, 비용 등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김 대표가)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공천개입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비박근혜(비박)계에서는 친박계의 공세가 ‘김무성 체제 흔들기’라는 인식이 많다. 비박계는 지난 4월 당 의원총회와 7월 의원연찬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확인한 바 있다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친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은 김 대표가 최근 둘째 사위의 마약 파문으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인 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할 때 해당 지역 의원들을 배제하는 등 ‘물갈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비박계는 보고 있다. 윤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무성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8·25 남북합의 이후 지지율이 50%를 넘어서며 국민적 지지도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비박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면 20대 총선 공천 방식을 둘러싼 두 계파 간 갈등은 앞으로 더 첨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구도까지 연결되면서 두 계파 모두 생존권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