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포츠스타는 유전과 노력의 합작품
스웨덴의 스테판 홀름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높이뛰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높이뛰기 선수로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최고 선수가 된 것은 여섯 살 때부터 20여년 동안 피나는 훈련으로 기량을 갈고닦았기 때문이다. 2만시간이 넘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바하마 출신의 도널드 토머스에게 우승을 내줬다. 토머스는 당시 높이뛰기를 시작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짜였다.

최고 운동선수의 능력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연습의 효과일까. 스포츠과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스포츠 유전자》에서 유전학을 통해 최고 운동선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탁월함의 비밀을 파헤친다. 타고난 능력이 훈련을 거쳐 향상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201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결승점에 들어온 남자선수 상위 다섯 명의 국적은 케냐였다. 자메이카는 우사인 볼트 등 세계 정상급 단거리 육상선수의 산실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의 공통점은 타고난 신체 조건과 더불어 세계적인 선수가 돼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동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하지만 유전자가 성공의 절대 요건이 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키가 크면 농구를 잘할 확률은 높지만 모두 프로농구 선수가 될 수는 없다. 신체적 재능을 성취로 바꾸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운동선수는 언제나 훈련 환경과 유전자 양쪽의 산물”이라며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재능, 즉 유전적 특징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