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초 13일 시행할 예정이었던 자신의 재신임 투표를 연기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당내 계파 간 갈등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신임 투표 시기를 둘러싼 문 대표와 비노무현(비노)계·비주류 간 의견이 엇갈려 내홍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표와 당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지난 12일 재신임 정국과 관련한 회동을 하고 문 대표가 13일부터 시작하기로 예고했던 재신임 투표를 연기하기로 했다. 재신임 투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중진 의원들은 “대표의 재신임 문제는 시간을 갖고 시기와 방법에 관해 중지를 모아 신중히 결정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문 대표는 “재신임 시기는 연기하되 가급적 추석 전에 마무리짓자”는 의견을 냈다. 다만 16일 혁신안 의결을 위한 중앙위원회 개최는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문 대표는 중앙위의 혁신안 의결 여부 및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 “중앙위뿐만 아니라 혁신안이 잘 통과되는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혁신이 거부된다면 당연히 대표로서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앙위의 혁신안 의결 여부가 문 대표의 거취를 가를 첫 번째 관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안심번호 도입을 전제로 100% 국민공천제 실시, 공천자의 20% 이내에서 전략 공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천제도 혁신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당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비노계 의원들은 중앙위 의결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안철수 의원은 13일 홈페이지에서 “공천 방식과 대표직 신임을 연계하는 중앙위 개최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16일 중앙위 개최를 무기한 연기해달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표가 당이 급속히 안정화돼 가고 있다고 했는데 예측도 못하고 판단도 어두우면 당은 어디로 가느냐”며 “모든 당쟁은 국감 후로 미뤄야 하는데 중앙위가 16일 혁신안 토론 제안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신임 투표 시기를 놓고도 친노와 비노 간 셈법이 얽혀 있어 이 문제를 놓고 양측 간 갈등이 다시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추석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자신의 거취 논란을 조기에 종결짓고 당 정상화 및 총선체제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비노·비주류 측은 재신임 투표 시기를 다음달 국감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시간 벌기를 통해 재신임 국면에 제동을 건 뒤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논의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감 첫날부터 당내 일로 집중력을 흐트러뜨려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문 대표 재신임 문제보다) 이제는 국감이 먼저”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16일 중앙위 회의를 앞두고 계파 간 격론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