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질질 끄는 문화재위…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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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세계 최고 금속활자 가능성' 연구 결과 나왔는데…
존재 알려진 후 진위 논란만 계속
진품 땐 '직지'보다 100년 앞서
행정 소모전…빨리 결론 내려야
존재 알려진 후 진위 논란만 계속
진품 땐 '직지'보다 100년 앞서
행정 소모전…빨리 결론 내려야



문화재위원회는 신청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증도가자에 대한 학술조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려 지난해 6~11월에 연구용역이 시행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주한 연구 용역을 맡은 남 교수팀은 “조사한 금속활자 109점 모두 12~13세기 고려 활자일 가능성이 크고 이 중 63점은 활자에 묻은 먹의 탄소연대 측정 등을 통해 직지보다 138년 앞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데 무리가 없다. 또한 이 활자들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이자 증도가자임을 인정받게 된다. 반면 활자의 부식 정도,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섣불리 국가지정문화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증도가자 논란이 길어지자 문화재청도 난처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문화재청은 행정 업무만 맡고, 심의는 문화재위원회가 한다.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는 지난 6월 각계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서체비교, 연대측정, 제작기법 등 3개 소위원회로 나눠 조사위원들이 연구용역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의견서를 낸 상태다. 소위별 회의를 한 뒤 전체회의를 거쳐 문화재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결론을 언제까지 내야 한다는 기한이 없어 단계마다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워낙 중요한 사안이어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 차원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사실”이라며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문화재 지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동산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은 향후 처리 절차를 묻자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설명할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대표는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지 4년이 됐고 2년 전에 문화재위원들이 실물을 확인하고 갔는데도 아직 진척이 없다”며 기약 없는 논란에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증도가자가 (최고 금속활자로)인정받으면 직지심경의 위상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화재 지정을 질질 끌고 있다”면서 “이 활자가 증도가자가 맞든 아니든 문화재위원회가 성실히 파악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