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이른바 ‘태완이법’ 시행으로 경찰이 미제 살인사건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간다. 대상은 2000년 8월1일 0시 이후 발생한 사건 273건이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5년이 지난 256건을 대상으로 각 지방경찰청에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신설돼 수사할 예정이다. 전담수사팀은 강력사건 수사 경험과 장기 근무 가능성을 고려해 오는 11월까지 72명을 선발한다. 나머지 17건은 관할 경찰서 전담반이 맡는다. 이들은 분기별로 수사전문가, 프로파일러, 학계 관계자가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미제 살인사건의 수사 방향을 논의한다. 전담수사팀이 담당할 주요사건은 2000년 8월5일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7세 여자 어린이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2004년 10월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여대생 실종사건, 2008년 대구 달성군에서 발생한 11세 소녀 납치사건, 2009년 제주 용담동에서 일어난 보육교사 이모씨 피살사건, 3명이 숨진 충남 카센터 방화사건 등이다. 15년간 발생한 전체 살인사건의 3.5%가 재수사 대상이다.

경찰청은 기간별 수사 방침을 담은 단계별 수사지침을 마련해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냈다. 지침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1년간은 광역수사대, 과학수사팀 등 전문 인력이 투입된 수사본부가 범인 조기 검거에 나선다.

1년이 지나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본부는 해체하고 경찰서 전담반이 수사를 맡는다. 사건 발생 후 5년이 지나면 미제전담팀이 관할 경찰서의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간다. 지난 15년간 한국의 살인사건 검거율은 96.5%로 미국(75.9%) 영국(81.0%)보다 월등히 높았다. 일본(96.4%) 독일(95.4%)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