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2심서 '선고유예'…1심 '당선무효형' 뒤집어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58)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조희연 서울교육감(59·사진)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조 교육감은 이 판결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된다. 검찰이 이날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혀 조 교육감의 운명은 대법원에서 최종 가려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4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상대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는 일부 인정된다”면서도 “공직 적격을 검증하려는 의도였으며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아니어서 비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보내면 형의 선고를 면해주는 일종의 선처다.

원심과 항소심은 조 교육감의 두 차례에 걸친 의혹 제기 중 1차 공표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달리 봤다. 지난 4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은 배심원 7명 전원이 유죄로 평결했다. 원심은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 교육감이 암시해 공표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도의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허위에 대한 미필적 인식 등도 인정할 수 있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제3자에 의해 의혹이 제기됐고, 의혹을 제기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고 후보가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을 두고 허위사실 공표라고 볼 수 없다”며 “1차 공표 후 각 언론사는 ‘의혹’ ‘해명요구’ 등 표현을 사용해 유권자들도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차 공표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고 후보가 미국 영주권이 있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추가로 공표했으나 피고인이 다수의 제보를 받지 못했으므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선고유예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선거 결과에 직접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선고 직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재판부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