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거부하며 소위 ‘무역이득공유제’를 또 들고나왔다. FTA로 수혜를 보는 기업으로부터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에 지원하자는 것이다. 한·미 FTA 때도 무역이득공유제로 논란을 몰고왔던 정치권이다. 이제는 FTA를 할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는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은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며 정부 관계자도 아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내자고 억지를 부리기까지 한다.

정치권이 무역이득공유제의 본질이 뭔지 제대로 알기나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일부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FTA 반대로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과거 동반성장위원회가 들고나왔던 초과이익공유제만큼이나 황당한 발상이요, 전형적인 과잉 입법이다. 더구나 이런 식의 처분적 법률은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도 있다. 현실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몰고 올 것 또한 자명하다. FTA로 기업이 얻은 이익을 따지는 것부터가 그렇다. 당장 기업의 수출증대가 FTA 효과로 인한 것인지,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 노력에 따른 것인지 누가 가려낼 수 있겠나. 기업별 이득 계산은 물론이고 누구에게 얼마씩 배분할지에 대한 결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무작정 입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성과를 이런 식으로 환수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기업활동을 열심히 하려들지 않게 된다. 무역을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온 선순환 구조가 파괴되고 만다. 무역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한 산업이 줄줄이 무너질 게 뻔하고 경쟁열위에 있는 농어업 분야는 더욱 파괴된다. 지난 20여년간 피해보상 명목으로 200조원 가까이 지원했고, 지금도 FTA 피해지원 등 온갖 보조금에 절어 있는 농어업이다. 농어업은 언제나 개방의 피해산업이고, 무조건 보호대상이라는 인식이야말로 농어업을 망친 주범 아닌가.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도 무력화하고 전체 산업발전도 틀어막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이 이런 걸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지력(知力)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