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또 다른 경제위기 시작됐나
크게 출렁이던 글로벌 시장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불과 7거래일 사이에 27%나 빠지며 바닥 없는 추락을 보이던 중국 상하이증시는 급락세가 멈췄고 역시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1%나 가라앉던 미국 다우존스지수도 반등에 성공했다. 기습적인 3일 연속 평가절하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던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6.4위안 언저리에서 안정세로 돌아섰다.

그러면 불과 10여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갔던 시장 패닉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글로벌 위기의 서곡이었을까. 중국이라는 웃자란 청소년의 성장통이 낳은 해프닝일까, 아니면 이미 너무 커버린 중국발(發) 저주일까. 이와 관련해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대표의 분석은 매우 흥미롭다.

중국이 진앙지 될 가능성

그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평균 8년 주기로 다섯 번의 글로벌 경기침체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 아래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세계 경제성장률은 2%에 턱걸이했다. 샤르마는 올해 7%가 목표인 중국 성장률이 1~2%포인트만 낮아진다면 세계 경제성장은 2%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경제성장에서 중국 비중이 2010년대 들어 거의 3분의 1로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비중은 17%로 낮아졌고, 유럽과 일본은 각각 10%도 안 된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00%에 육박하는 빚을 동원해 온갖 부양책을 쓰고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까지 들고 나왔지만 중국의 고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결국 중국 경기침체는 불가피하고 이것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얘기다. 그는 중국의 상반기 성장률도 실제로는 5% 정도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은 어떨까. 올 2분기 3.7% 깜짝 성장을 할 정도로 미국 경제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금융시장은 중국발 쇼크에 이상하리만큼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슈워츠먼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대폭 강화된 규제가 위기를 오히려 증폭시켰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투자은행의 자기매매를 금지한 볼커 룰과 같은 금융규제가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려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폭락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위기 대응 수단 부족

미국의 위기 대응 능력도 의문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은 또 다른 경제위기를 막을 수단이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금리는 사실상 제로이고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미 4조달러가 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 양적 완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위기가 오면 Fed가 아닌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연방정부 부채 규모가 이미 GDP 대비 74%로 2008년의 두 배로 높아진 상황에서 재정정책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8년에 그랬듯이 과거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앙지는 주로 미국이었다. 이제는 그것이 중국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게 눈에 띈다. 중국이 트리거가 되고 미국 금융시장이 이를 증폭시켜 전 세계로 위기가 확산되는, 그런 위험한 시나리오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HSBC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마치 구명정 없이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지나고 보면 지금이 폭풍전야일 수도 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