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일 밤 긴급 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일 밤 긴급 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이 북한군 포격 도발에 대응 사격을 하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군인들에게 ‘완전 무장’을 명령하며 위기 수준을 끌어올렸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21일 오후 5시부터 전 인민군을 완전 무장한 전시상태로 이전(전환)하며, 남한 접경 지역에 ‘준(準)전시상태’를 선포하는 최고사령관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무력 도발' 직접 지휘…스커드·노동미사일 발사 움직임
○북, 당 중앙군사위 긴급 소집

북한 매체들은 “48시간 안에(기한 22일 오후 5시) 심리모략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심리전 수단을 격파 사격하기 위한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적들의 반작용(반격)을 진압하기 위한 지역의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을 해당 전선으로 급파했다”고 했다.

북한이 선포한 준전시상태는 전쟁 발발 직전의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다. 군대뿐 아니라 노동적위대·붉은청년근위대 등 준군사조직과 기관, 기업소, 농장도 전투태세를 갖춘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1993년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 당시엔 주민 모두가 꼭 전쟁이 날 줄로만 알고 있었다”며 “당국 명령에 따라 주민들은 바깥 출입을 자제했고, 무기와 식량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후 5시를 기해 모든 군사적 행동 준비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전투태세를 갖춘 인민군 군인들이 불벼락을 안길 일념을 안고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이날 남북한 포격전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우리 군대와 인민은 단순한 대응이나 보복이 아니라 우리 인민이 선택한 제도를 목숨으로 지키기 위해 전면전도 불사할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또 남북 모두에 자제를 요청한 중국을 겨냥해 “지금에 와서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더는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당국은 북한이 원산과 평안북도 지역에서 스커드미사일, 노동미사일 등을 발사할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한·미 연합 감시망에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차량이 식별됐다”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양면전술 구사하는 北

다만 북한은 이날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도 그 범위를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는 전방으로 한정했다. 북한은 1993년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과 자신들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당시엔 전국(全國)·전민(全民)·전군(全軍)을 대상으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과거 대부분 전군을 대상으로 했다.

이 때문에 우리 측의 강한 대응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포격 도발과 함께 방송을 중단치 않으면 ‘전면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도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대화 제의’를 하는 양면전술을 구사했다.

북한이 ‘화전양면’을 펴는 것은 한·미 연합군의 대비태세가 가장 강력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을 피하면서 ‘심리전 수단 제거’라는 목적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군당국은 보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