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재벌총수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55)만 유일하게 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애초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과 함께 최재원 SK그룹 부회장(52),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3), 구자원 LIG 그룹 회장(80)과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5), 차남 구본엽 전 LIG 건설 부사장(43) 등을 유력한 사면 대상으로 꼽았다.

정부는 이날 특사 시행을 발표하면서 그 기준으로 ▲ 죄질 ▲ 범죄로 인한 피해의 복구 정도 ▲ 형기 소화 정도 ▲ 사면 전력 유무와 정도 ▲ 사회기여 정도 ▲ 향후 경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외에 나머지 사람들이 왜 사면 명단에서 빠졌는지 명확한 설명은 없었지만 이 기준에 따라 사유를 짐작해볼 수는 있다.

최 부회장의 경우 형기의 3분의 2를 채운데다 사면 전력이 없다는 점이 정상참작 요소로 평가되지만 친형인 최 회장의 사면 확정이 되레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재벌 일가에 면죄부를 주는 데 대한 비판 여론 때문에 애초에 최 회장 형제의 동시 사면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경제살리기'를 위한 투자·고용 확대라는 실리적 측면을 고려하면 그룹 전체 경영권을 쥔 최 회장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 형제는 2012년 1월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빼돌려 옵션투자금 등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최 회장은 징역 4년, 최 부회장은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해왔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과거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전력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1994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듬해 사면됐고, 2007년에는 이른바 '보복폭행'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1년 만에 다시 사면 특혜를 받았다.

특정인에 대한 세 차례 사면은 전례가 드물뿐더러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재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면권자에게 부담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울러 '천문학적 액수의 배임죄'라는 비교적 좋지 않은 죄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우량 계열사의 자금을 부실 계열사에 쏟아붓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넘겨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후 법정구속, 건강상 문제에 따른 구속집행정지 등의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작년 2월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구자원 회장 일가는 분식회계와 함께 2천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점이 사면 대상에서 누락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재계에서는 피해 변제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삼부자 가운데 최고령인 구 회장 정도는 사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일부 위원들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격론 끝에 구 회장 일가를 모두 배제하기로 결론이 났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처음부터 재벌총수 사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경제회복을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최 회장만을 '원포인트'로 사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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