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태에 재벌개혁·'땅콩회항'·자원비리·메르스 등 겹쳐
정무·산업위 등 상임위간 주요인사 '겹치기' 채택 예상
"증인 불러놓고 질문조차 않는 '망신주기식 채택' 없어져야"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으로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재벌 총수 및 그 일가와 기업 경영진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요청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사태를 계기로 순환출자 등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가 부각되고 있고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부당 거래 및 편법적인 상속, 자사주 처분·매입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드러나자 여야는 벌써부터 국감을 통해 이를 규명하겠다며 벼르는 분위기다.

여기에다가 올해 들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비롯해 자원비리 의혹,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재벌 및 대기업이 연관된 사건들이 적잖이 발생해 관련자들이 국감 증언대에 서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먼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직접 당사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해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그룹 부회장 등 주요 관련자들의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이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롯데사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국회 정무위와 산업통상자원위에서는 벌써부터 핵심 증인 및 참고인을 두고 '겹치기 채택'이 예고된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롯데는 지배구조 문제의 민낯이 다 드러냈기 때문에 여당도 비판 여론을 고려하면 증인 채택을 반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령의 신격호 총괄회장은 어렵더라도 그 외 신동빈 회장 등은 소환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야당이 요구한다면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면서 "공정위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를 토대로 사실 관계에 입각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위에서는 또 재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탈법적인 내부거래, 불투명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돼 이런 사안과 관련됐던 재벌 총수 및 일가들이 증인·참고인 대상으로 대거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위도 롯데사태를 계기로 국감 단골 소재인 대형 유통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롯데 경영권 분쟁과 직접적 연관은 없어도 재벌 기업의 구조적인 병폐에 관해 충분히 다룰 수 있고,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간사인 이진복 의원은 "롯데 또한 대표적 유통기업인 만큼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와 관련된 증인 채택 사안이라면 얼마든지 야당과 협의는 가능하지만, 그 목적이 단순한 '재벌 망신주기'에 있다면 채택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위에서는 또 자원외교 비리 의혹 및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사건 등과 관련해,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던 기업 관계자 및 경남기업 주요 임직원들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국회에 불려나오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국토교통위에서는 이른바 '땅콩회항'과 관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보건복지위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이, 환경노동위에서는 노동개혁과 관련 기업인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국회가 기업인들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대거 채택해 국감장에 불러놓고 막상 질문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거나, 국회의 권위를 앞세워 호통만 치고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국회가 증인·참고인 채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복지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은 결국 돈을 갖고 있는 재벌, 대기업"이라면서 "국가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돈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국회밖에 없고, 국감은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