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는 유가…WTI 45달러 밑으로…"글로벌 석유업체 매출 4조달러 감소할 것"
국제유가가 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원유(WTI), 북해산 브렌트유가 최근 잇따라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이후 6일(현지시간) 두바이유마저 50달러 밑으로 주저앉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유가 하락세로 인한 파장도 확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물론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타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저유가가 글로벌 경제 침체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저유가에 신음하는 산유국ㆍ에너지 기업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38달러 떨어진 배럴당 49.71달러로 집계됐다. WTI와 북해산 브렌트유에 이어 두바이유까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5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로써 WTI(44.66달러), 브렌트유(49.59), 두바이유 등 세계 3대 유종 모두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세는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중국의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등이 맞물린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걸프 산유국의 타격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6.3%로 분석했다. 4개월 만인 5월에는 7.9%로 수정했다. GCC 6개국은 2013년과 2014년 GDP의 각각 12.1%, 4.6%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세계 투자규모 기준 상위 2000개 글로벌기업을 조사한 결과 에너지와 소재부문 기업이 올해 투자를 전년 대비 14%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유럽 브리티시페트롤리엄과 로열더치셸, 미국 셰브론, 노르웨이 스타트오일, 호주 우드사이드페트롤리엄 등 석유업체는 유가 급락세가 본격화한 작년 여름 이후 2000억달러 규모의 석유·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보류했다. 미국 석유업체는 최근 3개월간 5만명에 달하는 인력을 줄였다.

금융 서비스 제공업체 코웬에 따르면 474개 글로벌 대형 석유업체의 2016~2018년 예상 매출은 1년 전 예상치보다 4조4000억달러 줄었다. 1년 전만 해도 기관투자가와 석유업계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101달러에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런던ICE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49.52달러에 거래됐다. 전망치보다 51% 떨어진 수치다.

“유가 3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3월 배럴당 43달러대까지 추락했던 유가가 반등하는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이란의 핵협상 타결에 따라 이란의 원유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기 둔화에 따른 중국의 수요 위축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공동창립자는 “유가가 30달러대까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 하락이 구리와 철광석, 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까지 맞물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