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세 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중심에는 한국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부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사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현격한 시각 차이가 갈등을 촉발했다는 후문이다.
[위기의 롯데] 중국사업 1조 손실설…롯데 "6년간 3200억원" 긴급 진화
○신격호 ‘보고 안했다’며 화내

신격호 총괄회장이 중국 사업의 적자 상황을 처음 인지한 것은 6월19일로 확인되고 있다. 당시 백화점 정기보고 때 신 총괄회장이 “중국 사업이 왜 그러냐”고 물었고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가 “지금은 적자지만 2018년부터 흑자가 난다”고 답했다. 이후 비서실에서 추가 보고를 요구해 강희태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부사장)이 7월7일 다시 보고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원준 대표도 배석했다.

이 대표는 “중국 사업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질책성 말씀이 있었지만 신장세가 약 30%로 빠르고 2018년 흑자전환한다고 보고 드리자 ‘앞으로도 좋은 입지가 생기면 추가로 진출하라’며 좋은 분위기로 끝났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보고 초반 질책성 언사만 두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호되게 질책한 것처럼 와전됐다”고 덧붙였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이 실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결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7월10일부터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출입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도 출입금지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 사업 3200억원 적자”

롯데그룹은 19개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사업을 본격화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 매출은 약 14조원, 영업적자는 약 3200억원이다.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 부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대표는 “투자 초기에는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항간에 떠도는 1조원 적자는 나올 수 없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103개(지난해 기준) 점포를 두고 있는 마트가 대표적이다. 2007년 처음 진출한 뒤 2013년까지 외형 성장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부실 점포를 정리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고 있다. 올해 적자는 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백화점은 2008년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베이징 번화가 왕푸징에 현지 유통사 인타이와 합작해 점포를 개장한 뒤 4년 동안 1134억원의 적자를 내고 점포를 정리했다. 이후 ‘단독 진출’로 전략을 고쳐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톈진 동마로점·문화중심점, 웨이하이점, 청두환구중심점, 선양점 등 5개 점포 매출이 매해 30% 신장하고 있고 2018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병근/강영연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