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표대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우리사주조합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88)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동주, 신동빈 양측이 모두 ‘표대결에 자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들의 주식을 우호지분으로 계산하고 있어서다. 우리사주조합과 시게미쓰 여사가 경영권 향방을 결정짓는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는 의미다.
[위기의 롯데] 롯데홀딩스 주총 예측불허…우리사주·모친 '캐스팅 보트'
3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일본 주식회사가 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총에서 주주 과반 출석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분포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밝힌 바로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광윤사와 우리사주조합 격인 종업원지주회가 나란히 32%씩 보유 중이다. 신동빈 회장 측에서는 종합원지주회 지분을 12% 선으로 보고 있다. 어느 쪽이 맞든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할 수 있는 규모다.

우리사주조합은 회사 근로자의 출연금으로 이뤄진 회사 주주 조합이다. 회사 주주 명부에는 조합 대표자의 이름이 올려진다. 한국에서는 근로복지기본법에 의거, 조합원이 자신의 지분율만큼 의결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주식은 통상 조합 대표자가 ‘섀도보팅’을 한다. 섀도보팅은 다른 주주들의 의결 비율과 똑같이 행사하는 방식이라 주총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에는 섀도보팅 제도가 없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연구실과장은 “일본 우리사주조합에서는 조합원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주식에 대해 통상 조합 대표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사주조합에서 우호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조합원 개개인, 그리고 조합 대표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만약 조합 대표가 조합원의 총의를 모은 결과 신 전 부회장이나 신 회장 어느 한쪽을 지지하겠다고 결정하더라도 이탈표가 많으면 표가 갈릴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이 이날 치러진 할아버지 기제사에도 불참하고 일본에 체류 중인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게미쓰 여사는 32%로 추정되는 롯데홀딩스에 대한 광윤사의 의결권 확보에 결정적이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는 광윤사의 지분율은 신 전 부회장 측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주식을 더해 40% 선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신 회장은 20~30%로 열세다. 하지만 10~20%로 추정되는 시게미쓰 여사의 지지를 받으면 40%를 웃돌며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시게미쓰 여사가 신 회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임도원/백광엽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