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하다 해파리에 물린 자리, 더운 물에 30분 담가 독(毒) 빼내야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하지만 1년을 기다려 떠난 휴가지에서 갑자기 병이 생긴다면 이처럼 당황스러운 일도 없다. 비상약을 챙긴다 해도 한계가 있다. 휴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미리 예방하지 않으면 달콤한 휴가가 씁쓸하게 기억될 수도 있다. 한철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쉬려고 떠난 휴가지에서 오히려 질병을 얻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휴가를 계획하고 떠나기 전에 미리 위험 질환을 알면 예방과 대처가 수월하다”고 조언했다. 휴가지에서 발생하기 쉬운 안전사고와 질환 등의 예방법을 알아봤다.

햇볕에 화상 입었을 땐 냉찜질

물놀이하다 해파리에 물린 자리, 더운 물에 30분 담가 독(毒) 빼내야
여름철 뜨거운 자외선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다. 임이석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일광화상을 입었을 때는 차가운 우유나 얼음을 채운 물에 20분간 서너 번씩 찜질해 피부 온도를 낮추고 진정시켜 주는 것이 좋다”며 “보습제 등의 피부 연화제를 하루 3회 이상 바르면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얗게 비늘처럼 벗겨진 피부를 뜯으면 흉터가 생기거나 오히려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그대로 두고 심한 경우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식중독 증상 있다면 소금물로 토해야

식중독은 세균에 감염된 음식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이다. 높은 온도에서는 바이러스의 번식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음식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식중독에 걸리면 대부분 음식 섭취 후 72시간 내에 구토,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개인의 상태나 원인균의 종류에 따라 잠복기 혹은 증상의 정도가 다르다.

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다면 미지근한 물이나 소금물을 마셔 토해내고, 특히 어린이나 노인·만성질환자 등이 구토, 설사 증상을 보이거나 열이 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에 물 있다고 면봉으로 후벼선 안 돼

휴가 때마다 유행하는 질병에는 아폴로 눈병(급성 출혈성 결막염)과 유행성 각결막염이 있다. 대부분 눈이 빨개지고 눈곱이 끼면서 눈에 필름이 씌워진 것처럼 불편한 이물감과 가려움증이 함께 나타난다. 유행성 각결막염의 경우 심해지면 눈이 시리고 일시적으로 시력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이경룡 건국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손가락이나 면봉으로 귓속을 무리하게 건드리면 외이도염에 걸려 귀에서 진물과 같은 분비물이 나오거나 심한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외이도가 물에 젖은 상태가 지속되면 피지선과 땀샘이 확장해 포도상구균과 같은 세균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물놀이 후에는 생리식염수로 가볍게 외이도를 씻어낸 뒤 차가운 드라이어로 말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해파리에 쏘이면 더운 물에 담가야

여름 해수욕장에는 해파리가 극성을 부린다. 해파리에 물렸을 때 수돗물이나 생수로 씻으면 안 된다. 해파리 독은 차가운 물이 닿으면 더 빨리 퍼진다. 식초나 콜라를 환부에 바르면 독기가 퍼지는 것이 다소 억제된다. 40도 정도의 더운 물에 환부를 30분간 담가 독을 뺀다.

만약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다면 똑바로 눕히고 담요로 몸을 감싸준 뒤 턱을 하늘 쪽으로 젖혀 기도를 열어주는 게 좋다. 숨을 못 쉬면 상대방의 코를 막은 상태에서 인공호흡을 하고 가슴을 반복해서 세게 눌러준다. 산소 부족 현상으로 호흡이 멈춰 심장마비가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물을 토하게 하려고 배를 누르면 복강 내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구토를 시키면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출혈 부위 고무줄로 묶어선 안 돼

야외에서 다쳤을 때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다친 곳에서 심장이 있는 방향으로 약간 위를 옷이나 천 등으로 감싸서 압박한다. 임 교수는 “고무줄로 묶으면 혈액순환 전체가 차단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술로 소독하는 것도 환부를 자극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손도 지저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처를 만지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휴가를 가서 모기나 벌레에 물리면 평소보다 더 많이 붓는다. 집 근처에 있는 벌레의 독은 평소 여러 번 물리면서 체내에 어느 정도 항체가 형성돼 있지만, 낯선 지역의 벌레에 물려 독이 들어오면 몸이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차가운 물이나 얼음찜질로 환부를 달래야 하며, 우유를 발라도 피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파스를 가져가도 생후 30개월이 안 된 유아에게는 발라주면 안 된다. 발진·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잘 모르는 벌레에 물린 뒤 발적이 지나치게 크게 생기거나 두드러기가 나는 경우, 쉰 목소리가 나거나 호흡곤란이 느껴지는 경우는 치명적인 쇼크 가능성이 있으므로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비행기 내 녹내장 환자 안압 상승해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비행기 내 습도는 평균 15% 내외로, 보통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습도인 50~60%와 비교하면 매우 건조하다. 따라서 기내에 장시간 있다 보면 몸의 수분이 모르는 사이에 증발해 피부뿐 아니라 눈·코의 점막이 건조해지고 불편함을 느낀다. 특히 눈은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 바로 수분이 증발하기 시작한다. 이 교수는 “습도가 낮을수록 눈물의 증발이 심해져 눈은 점점 마른다”며 “정상 안(眼)을 가진 사람도 비행기처럼 상대적으로 습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안구건조증이 발병하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기내에서 정상보다 높은 안압을 가진 녹내장 환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비행기 여행 시 정상 운항고도를 유지하면 기내 압력상태는 해발 2000m 이상 지역과 비슷하고, 산소 압력이 15~18% 정도 감소한다. 이는 정상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녹내장 환자라면 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녹내장 환자의 경우 기내에서 장시간 비디오 시청이나 컴퓨터 사용, 독서 등 눈을 피로하게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넥타이나 목이 조이는 옷은 안압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넥타이는 느슨하게 하고, 너무 꽉 조이는 옷도 피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임이석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 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이경룡 건국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한철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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