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완이법'에 기여…역사에 묻힐뻔한 사건 해결에 효과 탁월

<※ 편집자주 = 살인죄 공소시효(25년)를 폐지하는 '태완이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했습니다.

이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법률은 유전자정보(DNA)를 활용한 첨단 수사가 활기를 띠는 현실에서 공소시효가 무의미하다는 여론을 반영했습니다.

DNA수사는 2010년 7월26일 시행된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에 축적된 DNA 정보는 20만건에 육박합니다.

이 정보는 역사 속에 영원히 묻힐뻔한 범죄의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자기정보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DNA법' 시행 5년을 맞아 현황과 성과, 한계를 짚어보는 기획기사 3꼭지를 일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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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강도, 성폭행 등 범죄와 관련해 정부가 확보한 DNA정보가 20만건에 육박한다.

강력사건 범죄자의 DNA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법률이 시행된 지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23일 대검찰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정부가 보유한 DNA 신원확인 정보는 2014년 말 현재 17만3천24건이다.

연도별 DNA 정보는 2012년 3만6천339건, 2013년 3만7천697건, 2014년 3만6천100건 등이다.

매년 3만6천∼3만7천건이 신규로 등록된 점을 고려하면 2015년 7월 말 현재 20만건 가량 축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12월 29일 제정돼 이듬해인 2010년 7월 26일 시행된 DNA법은 도입 과정이 쉽지 않았다.

정부는 1994년과 2006년에도 DNA 정보를 DB화하는 법률의 제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사생활 침해 우려와 DB 관리의 소관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 때문이었다.

2009년에는 사회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이 발생하고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저지른 이른바 '나영이' 사건이 1년 뒤에 알려진 탓이다.

흉악범죄를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어 오르면서 DNA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DNA법을 근거로 재범 우려와 피해 정도가 큰 11개 유형의 범죄자 DNA를 국가가 채취·보관할 수 있게 됐다.

해당 범죄는 살인, 방화, 약취·유인, 강간·추행, 절도·강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마약,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군형법 위반 등이다.

경찰은 구속된 피의자와 범죄 현장 유류품에서 나온 신원 미확인 DNA를, 검찰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수형인의 DNA를 각각 관리한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DNA를 채취해야 하지만 채취 대상자가 동의하면 영장 없이도 할 수 있다.

구속 피의자와 수형인의 DNA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만4천924건 축적됐다.

죄목으로 보면 폭처법 위반이 3만4천469건으로 가장 많고 절도·강도가 2만6천592건으로 두번째다.

강간·추행(1만2천4건), 성폭력처벌법 위반(1만2천464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5천894건) 등 성범죄로 인한 DNA 등록 건수도 많다.

범죄 현장의 신원 미확인 DNA는 4만8천100건 확보됐다.

이 중에는 절도·강도가 2만5천907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강간·추행(5천709건), 살인(2천428건), 성폭력처벌법 위반(1천448건) 등 순이다.

DNA법은 흉악범죄 범인을 조기에 검거하고 무고한 용의자를 수사 선상에서 배제하는 한편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법 시행 이후 범인 검거에서 DNA법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장기 미해결 사건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를 보관한 덕분에 진범이 다른 범죄로 붙잡히면 DNA 대조로 여죄를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이 작년까지 DNA법을 통해 미해결 사건 범행 현장에서 발견한 DNA와 수형인, 구속 피의자의 DNA가 일치한 것으로 확인한 건은 4천252건에 달했다.

태완이법이 발효되면 아무리 오래된 강력사건이라도 범인이 잡히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화성에서 여성 10명이 성폭행·살해당한 연쇄살인(1986~1991년), 대구 '개구리소년' 5명 실종 사건(1991년), 9세 이형호 어린이 유괴·살해사건(1991년) 등은 2006년 공소시효 만료로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DB화된 범죄현장 DNA로 미제사건을 해결함으로써 오랫동안 고통받는 범죄 피해자의 억울함을 덜고 범죄자의 추가 범행 개연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