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만 1곳으로 통합하나 인력·기능 그대로…'생색내기'
34개 공공기관 가운데 14개 기관 대표 공무원 '낙하산'

경북도가 산하기관인 출자출연기관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한다고 선언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상 기관 8곳 가운데 통폐합을 추진 중인 기관은 4곳에 그치고, 8곳에는 손을 놓고 있다.

통폐합 추진 4곳도 기능과 조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통합법인만 설립하기로 해 실제 구조조정 효과가 없는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1일 경북도에 따르면 공무원 낙하산 인사, 연임, 비리, 효율성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산하기관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해 6월 출자출연기관 혁신안을 내놓았다.

바이오산업연구원과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을 통합하고 행복재단과 장학회를 합치기로 했다.

또 문화엑스포와 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재연구원, 도립예술단을 하나로 묶을 방침이었다.

경북테크노파크와 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그린카부품연구원, 천연염색산업연구원을 1개 통합법인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대상기관 12곳 가운데 8곳을 통폐합하는데는 전혀 진척이 없다.

바이오산업연구원과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을 묶어 생물산업연구원을 만들기로 했으나 이를 백지화했다.

해당 지역민과 일부 도의원이 통폐합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또 두 기관이 생물과 해양 관련 연구기관으로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점도 한몫했다.

행복재단과 장학회를 합치는 것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각각 행정자치부와 교육부 소관 단체로 재산처분 등 법적 문제로 통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화엑스포와 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재연구원, 도립예술단을 하나로 묶어 경북문화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은 장기과제로 미뤄놨다.

내년에 연구용역을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진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경북테크노파크와 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그린카부품연구원, 천연염색산업연구원은 1개 법인인 경북테크노파크로 통합해 오는 8월 출범할 예정이다.

그러나 각 연구원 인력과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

원장 명칭은 센터장으로만 변경한다.

이 때문에 통폐합 효과가 거의 없는 무늬만 구조조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도는 4개 기관을 1개 기관으로 통합하면 연간 3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자연적인 인력 감소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실제 통폐합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34개 산하기관 대표 가운데 14개 기관 대표가 공무원 출신으로 낙하산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곳은 공무원 출신이 연임하고 있고 1곳도 연임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일부에서는 도가 통폐합 가능 여부 등에 준비나 사전조사도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혁신안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공무원 낙하산과 재임용도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면서 당초부터 혁신에 의지가 없었던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다른 시·도 공공기관 구조조정도 우리 도와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단 4개 통합법인 출범 등 성과를 내고 있어 다른 시·도보다는 나은 편이다"고 강조했다.

(대구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h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