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채권단 내부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그리스와 유로그룹(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협의체)은 11일(현지시간) 9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2일 오후 6시) 다시 회의를 열었다.

유로존 정상들은 유로그룹 회의를 이어받아 그리스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끝장토론’에 나섰다. 당초 예정됐던 유럽연합(EU) 28개국 정상회의는 취소됐다.

◆유로그룹 1차 협상 실패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11일 1차 회의를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리스가 내놓은 제안의 신뢰성과 진실성, 향후 재정계획 등을 심도 깊게 논의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1차 회의에서 그리스 지원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다시 모인 것은 회원국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독일 dpa통신은 유로그룹의 1차 회의가 끝난 뒤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10개국 이상이 그리스를 돕는 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지원을 강하게 거부한 나라는 독일과 핀란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동안 부채 탕감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유로그룹 회의에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달라”며 구제금융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그리스가 최소 5년간 유로존에서 떠나는 해법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핀란드는 의회 차원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반대를 결정했다.

그리스 지원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그리스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며, 3차 구제금융을 해주는 것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가도록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는 지난 1일 290억유로(2년간)의 구제금융을 요구했다가 10일엔 필요한 돈이 530억유로(3년간)라고 액수를 올렸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그리스가 원하는 금액이 820억유로로 증가했고, 다시 1150억유로까지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유로그룹이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에 올린 조건부 합의안에선 그리스가 필요로 하는 구제금융액을 820억~860억유로로 추정했다.

◆구제금융 찬반 ‘팽팽’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어떻게든 그리스를 유로존이 안고 가는 것이 좋다는 주장을 폈다. 미셸 샤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부채 탕감은 금기어가 아니고 유로존 회원국은 부채 탕감을 논의할 권리가 있다”며 그리스를 옹호했다. 외신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들은 대체로 그리스를 돕자는 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경제장관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들에 제공할 긴급유동성지원(ELA)을 논의하자는 것이 오늘 회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