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영화제 수상작 'TV광고'로 떴다
아빠는 딸과 친해지고 싶은데 딸은 늘 엄마만 찾는다. 아빠가 다가갈 때마다 번번이 자리를 피하는 딸. 베란다로 나가 한숨을 푹 쉬는 아버지에게 딸이 다가와 말을 건다. 만면에 화색을 띤 그에게 딸이 던진 말은 “아빠, 엄마 못 봤어?”. ‘멘붕’에 빠진 아버지의 표정 위로 재치 있는 자막이 더해진다. “투명아빠들, 피곤하시죠?”

요즘 전파를 타고 있는 동아제약 박카스 CF ‘대화회복 편’의 줄거리다. 이 광고는 지난해 동아제약과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한 ‘박카스 29초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배영준 감독의 ‘투명아빠로 산다는 것’을 방송광고로 전환한 것이다. 진심과는 다르게 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가장의 고충을 소재로 공감을 유도한 작품이다.

29초영화제 수상작들이 방송광고로 변신해 호평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12일 제일기획에 따르면 박카스 29초영화제 수상작 중 네 편이 실제 광고로 제작됐다. 지난해에는 2013년 수상작 중 ‘불효자 편’ ‘남자친구 편’ ‘학부형 편’ 등 세 작품이 전파를 탔다. 이들 광고는 올 3월 한국광고주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주최한 ‘제23회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에서 TV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들이 대화회복 편처럼 ‘유머 코드’만 내세운 것은 아니다. 불효자 편은 진한 부성애를 표현한 ‘감동 코드’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택배기사인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외면했던 딸이 책상 위에 놓인 박카스와 아빠의 손편지를 보며 뭉클해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광고업계 전문가들은 29초영화제 수상작들이 30초 안팎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풍부한 메시지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방송광고로 재가공될 만한 가치가 높다고 말한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소비자가 직접 찍은 영상으로 대중의 삶에 밀접하게 공감하는 메시지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011년 시작한 29초영화제는 숨어 있는 영화 인재를 발굴하는 국내 정상급 ‘초단편 디지털영화 축제’다. 주어진 주제에 맞는 29초 분량의 영상물을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해 누구나 출품할 수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