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내는 돈을 적립해 조성한 기금을 운용한다. 그런 만큼 통상적인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대원칙이다.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섀도보팅(중립투표)이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주인-대리인 문제를 피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오로지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주식을 일시에 사모아 대주주가 됐다. 물론 국민연금 조성에 기여한 것도 없다.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있어 이런 투기펀드와 입장을 같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본연의 책무에서 봐도 그렇다. 국민연금은 중장기 투자를 하는 만큼 수익률도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가치라는 안목을 갖고 봐야 한다.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헤지펀드가 단기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국민연금이 동조하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국내 기업 대부분이 헤지펀드 등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지만 변변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다. 국민연금이 유일한 방어막이다. 국내외 기관, 기업, 일반투자자들이 이번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결정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