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유형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기본권 등을 선언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수정 헌법 제1조로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가 불가침임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헌법 제1조 1항은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으며 이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헌법 제1조는 평등권을 앞세운다. 종교, 신념, 정치적 의견, 인종 또는 성별 등 어떤 차별도 금지되며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둘째 유형은 주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국체(國體)나 정부 형태인 정체(政體)를 밝히는 경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우리 헌법 제1조 1항이 대표적이다. 요즘 시끄러운 그리스도 이런 유형이다. 헌법 제1조 1항은 ‘그리스는 국가 수반으로 대통령을 두는 의회민주주의 국가다’라고 돼 있다. 북한 핀란드 러시아 몽골 인도 등도 여기에 속한다.
셋째 유형은 첫째와 둘째가 혼합된 것으로 프랑스 브라질 남아공 등이 그렇다. 프랑스 헌법 제1조 1항은 ‘프랑스는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불가분적(indivisible) 공화국이다. 모든 시민은 출신 인종 종교 등에 따른 차별 없이 법률 앞에서 평등하다. 프랑스는 모든 신념을 존중한다. 프랑스는 지방분권으로 이뤄진다’로 돼 있다.
마지막 유형은 위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 헌법 제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그 지위는 주권을 가지고 있는 일본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물러나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긴가? 헌법의 근간인 3권분립을 뒤흔드는 국회법 개정을 주도한 그다. 그런 그가 혼자서 민주공화국을 지켜내려 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헌법 지식이 부족한 것인지, 과대망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