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 실크로드, 한·중 동반성장의 연결통로
유라시아는 세계 육지 면적의 40%, 인구의 7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대륙이자 거대 시장이다. 냉전 이후 단절과 분열을 극복하고 유럽, 아시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새로운 번영과 평화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고대 실크로드는 유라시아 대륙을 동서로 아우르며 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우게 한 연결 통로였다. 오늘날 이런 실크로드가 다시 세계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이자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실크로드를 오늘에 되살리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소통과 개방을 통해 유라시아 국가들이 평화롭게 교류하고 공동 번영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자는 구상으로 2013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제안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대표단이 15일 중국 베이징역을 출발해 19박20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몽골, 러시아, 폴란드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 이르는 1만4400㎞ 구간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학술세미나, 환영리셉션 등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한·중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고대 실크로드의 발상지인 중국은 과거의 실크로드를 21세기 동서양의 연결 통로로서 부활시키려는 신(新)실크로드 정책, 즉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제시해 유라시아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분단 이후 지리적으로 육로가 막혀 섬처럼 고립돼버린 한국에 중국은 유라시아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자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한국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협력 대상국이다.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조화롭게 추진된다면, 양대 구상이 상호 ‘윈·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첫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의 ‘연결성’이다. 두 구상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까지 연결될 때 유라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완결성을 담보할 수 있다. 한·중은 전 지역을 빠짐없이 연결해 유라시아의 막대한 잠재력과 경제적 역동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올해 안에 발효가 기대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은 유라시아 역내 다른 국가 간 다양한 협력으로 확대 발전함으로써 새로운 공동 번영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와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는 한반도를 포함해 추진할 때 북한의 개방을 점진적으로 유도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세 가지 측면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지향하고 있는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과도 일치한다.

각계각층에서 선발된 유라시아 친선특급 대표단은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일대일로 전략의 연계 방안’ 국제세미나와 중국 정부, 재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친선특급 리셉션 등에 참석한다. 새로운 유라시아 실현은 유라시아의 모든 국가가 신뢰와 협력을 모아갈 때 가능하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를 계기로 한·중 협력이 새롭게 업그레이드되고 실크로드 위의 준마처럼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유라시아 모든 국가가 평화롭게 번영하는 하나의 유라시아를 이뤄가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훗날 ‘통일한국’에서 출발한 우리 열차가 한반도를 넘어 베이징을 지나 유라시아 대륙을 힘차게 달리는 그 날을 꿈꿔 본다.

김장수 < 주중국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