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 예감하는 어퍼컷 > 대니 리가 6일 PGA투어 그린브라이어클래식 최종라운드 첫 번째 연장홀인 18번홀에서 우승을 예감하는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승리 예감하는 어퍼컷 > 대니 리가 6일 PGA투어 그린브라이어클래식 최종라운드 첫 번째 연장홀인 18번홀에서 우승을 예감하는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승 트로피 모형 안에 ‘소원을 비는 우물’ 조각이 있어요. 저의 캐디가 연장전 순서 정하는 제비뽑기 종이를 거기에 몰래 집어넣었는데 그 덕에 우승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

생애 첫 미국 PGA투어 우승을 따낸 대니 리(25·한국명 이진명)는 유쾌했다. 여유로웠다. 농담까지 섞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을 즐겼다. 6일(한국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올드화이트TPC에서 열린 PGA투어 그린브라이어클래식 우승자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오로지 숨쉬는 것만 생각해야 했다”며 극한의 긴장이 휘몰아친 연장전 순간을 담담히 묘사했다. 이날 최종합계 13언더파를 기록한 대니 리는 케빈 키스너(미국), 로버트 스트렙(미국), 데이비드 헌(캐나다) 등 3명의 동점자와 빗속 연장전을 두 차례나 치른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2008년 최연소로 US아마추어챔피언십을 제패해 ‘신동’으로 주목받은 지 7년 만이다.

◆골프 천재의 방황

그는 앞날을 걱정할 필요가 없던 천재 프로골퍼였다. 여덟 살 때 티칭 프로이던 어머니(서수진)에게 골프를 배운 그는 18세이던 2008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을 제패해 타이거 우즈가 갖고 있던 최연소 우승 기록(18세7개월)을 6개월 앞당기며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듬해 2월에는 호주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조니워커클래식까지 아마추어 신분으로 제패해 US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조니워커클래식에서도 최연소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2010년 PGA 입성을 위한 퀄리파잉스쿨(Q스쿨)에서 떨어졌다. 2부투어를 전전하다 천신만고 끝에 입성한 PGA투어에서는 드라이버와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 2012년 26개 대회에 출전해 25위 안에 세 차례 들었을 뿐이다. ‘완벽한 스윙’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컸다. 우즈와 저스틴 로즈를 동경했다는 그는 “스윙을 바꾸기 위해 코치를 100명은 넘게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그는 다시 2부투어로 되돌아가야 했다.

◆눈높이 낮추니 길 보여

2014년 ‘2부투어 성적 우수자’ 자격으로 PGA투어에 다시 복귀한 그는 그해 3월 푸에리토리코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며 길을 찾은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윙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때 만난 코치가 드루 스테켈(미국)이다. 대니 리는 “왔다갔다하던 스윙과 퍼팅을 고쳐준 이가 스테켈이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며 고마워했다.

PGA투어에서 드문 ‘집게발 퍼팅’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스테켈을 만난 무렵이었다. 그는 “퍼팅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올 시즌부터 감이 오기 시작했다”며 “그린에 공을 올리기만 하면 모두 홀컵에 넣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281.1야드) 순위가 PGA투어 158위인 ‘짤순이’다. 하지만 홀당 평균 퍼팅 수는 1.731로 전체 14위에 올랐다.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 버디를 낚아내는 실력이 발군이다. 올 시즌 333개의 버디를 잡아 2위에 올랐다.

‘과감한 경기 스타일’도 특기다. 웬만하면 파5홀에서는 2온을 시도한다. 올 시즌에 잡은 이글이 11개(4위)나 된다. 나상현 프로(SBS해설위원)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히려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쳐 경기를 끌고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대니 리는 “스윙의 눈높이를 낮추고 목표 성적도 20위권 안에 꾸준히 들자는 것으로 바꿨는데 우승이 갑자기 찾아왔다”며 감격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오는 16일 열리는 브리티시오픈 출전권과 향후 2년간의 PGA투어 출전권을 보장받았다. 한편 대니 리의 세계랭킹은 PGA투어 첫 승에 힘입어 지난주 158위에서 이번주 78위로 80계단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