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KBS2·MBC·SBS 외에 EBS에도 UHD용 6㎒폭 분배
통신용 40㎒ 폭도 유지

그동안 방송과 통신 간 균형 있는 배분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700㎒ 주파수 대역의 활용 방안이 6일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광대역 LTE용 주파수의 포화로 인한 통신 장애 등의 문제가 생기기 전에 광대역 LTE용 주파수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보호대역' 폭 줄여 방송용 30㎒ 폭 확보키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서 700㎒ 주파수 대역을 EBS를 포함한 5개 채널에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 분배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미래부는 그동안 이 대역을 KBS1, KBS2, MBC, SBS 등 4개 채널에 UHD 방송용으로 분배하고 EBS는 기존 DMB 채널(VHF 대역)을 활용해 UHD 방송을 하도록 하겠다는 '4+1'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주파수소위 위원들이 EBS에도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나눠줘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가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이날 미래부가 제시한 방안은 주파수 채널 간 혼선을 막기 위해 일종의 완충 구역으로 운영하는 '보호대역'과 아예 사용하지 않고 놀리는 '유휴대역'에서 모두 6㎒ 폭의 주파수를 마련해 이를 EBS에 주겠다는 것이다.

통상 방송 채널 1개를 운영하려면 폭 6㎒의 주파수가 필요하다.

또 보호대역은 방송 채널과 통신 채널 중간에 혼신을 막기 위해 여유 구간으로 운영하는 대역이다.

방송 채널 간, 또는 통신 채널 간에는 보호구역을 설정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지만 방송과 통신 간에는 보호구역을 둬야 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700㎒ 대역 주파수는 전체 폭이 108㎒(698∼710㎒)인데 이 중 보호대역으로 설정된 일부 구간(10㎒)에서 5㎒를 빼내고 여기에 유휴대역 1㎒를 합쳐 6㎒의 폭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실험 결과 10㎒ 폭의 보호대역을 4㎒까지 축소해도 아무런 간섭 현상이나 주파수 혼선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아 이를 축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700㎒ 대역에서 통합공공망용 20㎒폭, UHD 방송용 30㎒ 폭, 광대역 LTE용 40㎒ 폭 등 총 90㎒ 폭의 주파수를 모두 확보하게 된다.

나머지는 모두 보호대역으로 운영된다.

통신용으로 배분하기로 했던 40㎒ 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방송 채널 1개를 추가로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도 기술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런 방안에 긍정적이다.

국회 미방위 주파수소위 관계자는 "기술적인 혼선 등의 문제가 없는지 검증해본 뒤 이르면 이번 주 중 다시 주파수소위를 열어 정부의 방안을 확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 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700㎒ 배분 문제, 왜 불거졌나
주파수 배분 문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불거졌다.

일정한 대역 폭의 주파수가 감당할 수 있는 통신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넘치는 통신량을 소화하려면 주파수 폭을 더 확보해야 했다.

정부는 급증하는 주파수 수요에 발맞춰 2020년까지 600㎒ 폭 이상의 신규 주파수를 확보하겠다는 '모바일 광개토플랜 1.0'을 2012년에 마련했다.

이 600㎒ 폭의 주파수 확보 방안에는 700㎒ 대역에서 40㎒ 폭의 주파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통신 트래픽의 폭증과 지상파 UHD 방송의 도입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트래픽이 예측치를 크게 넘어 급증한 데다 2015년부터 수도권과 주요 도시 등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터진 여객선 세월호 참사는 재난안전통신망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웠다.

결국 작년 7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700㎒ 대역에서 재난망과 철도망, 해상망을 합친 통합공공망(20㎒ 폭)을 확보해야 한다는 수요가 제기됐고 같은 해 11월 국회는 이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700㎒ 대역의 주파수 108㎒ 폭 가운데 통합공공망용 20㎒를 제외한 나머지 88㎒를 어떻게 UHD 방송과 통신용으로 적절히 배분할 것인가를 두고 그간 논의를 거듭해왔는데 이번에 균형점을 찾은 것이다.

◇ 왜 700㎒가 '황금주파수'인가
700㎒ 대역에 이처럼 각종 전파 수요가 집중되는 것은 주파수마다 다른 진동수에 따라 특징이 달라지는데 700㎒ 대역이 방송이나 통신용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700㎒ 대역은 상대적으로 저대역에 속하기 때문에 주파수가 멀리 전달되면서도 회절률이 좋은 특징이 있다.

회절률은 전파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이를 얼마나 잘 우회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회절률이 좋은 주파수는 장애물을 잘 뛰어넘기 때문에 지하 공간이나 건물 내부까지도 주파수가 잘 침투한다.

또 전파가 멀리 전달되는 특징은 기지국을 적게 설치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700㎒ 대역에 재난망이나 방송용, 통신용 등 각종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700㎒를 '황금주파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특히 700㎒ 대역을 방송용으로 쓰면 지금보다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관계자는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쓰면 국민 누구에게나 무료로 다양한 초고화질 방송을 제공할 수 있고, UHD 방송의 경우 더 발전된 전송기술을 적용해 실내 안테나만으로도 쉽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향후 일정은
정부는 이번에 마련한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서둘러 이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를 확정하려면 주파수 분배고시안을 마련한 뒤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국회가 동의할 경우 이달 안으로 분배고시안을 마무리하고 이른 시일 내에 주파수심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각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나눠주는 주파수 할당(주파수 경매)은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하려고 한다"며 "그러면 LTE용 주파수 수요를 소화하는 데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지상파 UHD 도입 등을 위한 기본정책 방안도 올해 하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