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비브리오 패혈증…어패류는 익혀서 먹어야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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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식중독 주의보
'비브리오 패혈증' 7~9월 극성
증상 심하면 다발성 장기 손상…치사율 최고 60% 달해
어패류 사면 냉장고로 직행… 섭씨 56도 이상에서 끓여야
식중독 땐 탈수 예방 '필수'…미음 등 부담없는 음식 섭취를
'비브리오 패혈증' 7~9월 극성
증상 심하면 다발성 장기 손상…치사율 최고 60% 달해
어패류 사면 냉장고로 직행… 섭씨 56도 이상에서 끓여야
식중독 땐 탈수 예방 '필수'…미음 등 부담없는 음식 섭취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 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건강한 여름을 지내기 위해 위생에 더 신경써야 한다. 특히 최근 본격적인 폭염과 해수 온도 상승으로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름철 수산물 섭취로 발생할 수 있는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해 이달부터 본격적인 지도 점검에 착수했다. 지난 6월 보건당국에 접수된 ‘비브리오’ 감염병 발생 신고도 5건에 이른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이 균에 오염된 조개나 생선을 제대로 익혀 먹지 않아 생기는 대표적인 여름철 식중독이다. 지난해에는 40명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폭염이 시작되면서 비브리오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여름철에 집중 발생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닷물의 온도가 20도를 웃도는 7~9월에 많이 나타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 현황에 따르면, 초여름에 발생하기 시작하다 무더위가 최고조에 이르는 8~9월에 급증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7월 24건, 8월 73건, 9월 135건이 발생했다. 여름철에만 전국에서 230여명의 환자가 나왔다. 상당수가 해안 지역에서 감염됐다. 특히 2013년과 지난해에는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모두 7~9월 발생했다. 그만큼 비브리오균이 여름에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다.
바다에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은 바닷물 온도가 15도 이상 넘어가면 빠르게 증식한다. 해수 온도가 20도를 넘어가면 3~4시간 만에 100만배 증식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여름 바다 연안이나 갯벌에서 채취되는 조개나 생선은 비브리오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흔히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으면 간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구토나 설사, 복부 경련 등에 시달리게 된다”며 “어린이나 노약자는 심한 설사나 구토로 탈수증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간(肝)질환자 특히 조심해야
전문가들은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 비브리오에 오염된 어패류를 제대로 익혀 먹지 않다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고 경고했다. 비브리오는 56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한다. 조리 전 찬물로 충분히 씻기만 해도 세균 활동력이 떨어져 감염 가능성은 줄어든다. 하지만 부주의한 처리가 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세균에 오염된 조리용 칼이나 도마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피부 상처가 있는 사람이 해수욕을 하거나 갯벌에 맨살로 머물다 피부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잠복기 1~2일 뒤 복통과 설사가 일어나고 고열 등의 감기 증세를 보인다. 그러다 패혈증으로 번지면서 다발성 장기 손상이 일어난다. 치사율이 무려 40~60%에 이른다.
지난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환자 수는 48명이었으며, 이들 중 40명이 사망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간경화 환자나 당뇨병·폐결핵·신부전 등 만성질환자의 사망률이 높다.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도 위험그룹이다. 송 교수는 “평소 건강한 사람은 위생에 주의만 기울여도 비브리오에 잘 걸리지 않는다”며 “사망자 10명 중 9명 정도가 만성 간질환자인 만큼 이들은 특히 감염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한 위생요령
여름철 어패류를 먹을 때는 충분히 끓이거나 구워 먹어야 한다. 생선을 회로 조리할 경우 맨 처음 날생선의 내장·머리 등을 잘라내는 데 썼던 칼·도마는 식탁에 올라갈 회를 뜰 때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또 생선을 다듬고 회를 뜨기 전에는 반드시 수돗물로 충분히 씻어야 한다. 조리 전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김일 식약처 식중독예방과장은 “비누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가락, 손등까지 깨끗이 씻는 게 좋다”며 “음식 재료는 유통기한이나 신선도를 꼭 확인한 뒤 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어패류를 사면 바로 냉장 보관해야 세균 증식을 줄일 수 있다”며 “음식을 보관할 때도 날 음식과 익힌 음식이 섞이지 않도록 해야 교차 오염으로 인한 식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냉장고 음식이라도 안심 못해
만약 식중독에 걸렸다면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보리차나 스포츠 음료로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설사가 줄어들면 기름기 없는 미음이나 죽부터 단계적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하지만 설사가 1~2일 정도 지나도 계속되고 발열과 오한, 복통, 구토, 혈변이 있을 때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덕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비브리오균뿐만 아니라 각종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야유회나 가족나들이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게 될 것이고, 급식이나 도시락 등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환경이라면 음식이 쉽게 부패하기 마련인데, 세균이나 독소에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24시간 이내에 구토나 설사, 복통 등의 식중독 증상이 급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이어 “대부분의 식중독은 전해질 수액요법과 식사를 통해 회복되기 때문에 가정에서 따뜻한 보리차 등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중독에 걸렸을 때 “지방이 많은 음식, 유제품, 커피, 콜라, 술 등 위장을 자극하는 음식은 먹지 않도록 하고 미음이나 죽을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비브리오 패혈증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라는 세균에 의한 급성 전신(全身) 감염을 말한다. 특히 만성간질환이 있으면 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지는 패혈증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 치사율이 최고 60%에 이른다. 이 균은 염분을 좋아해 바다에서 잘 번식한다. 이 균에 오염된 음식을 날로 먹거나 피부 상처가 균에 접촉돼 감염이 일어난다.
도움말=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덕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름철 수산물 섭취로 발생할 수 있는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해 이달부터 본격적인 지도 점검에 착수했다. 지난 6월 보건당국에 접수된 ‘비브리오’ 감염병 발생 신고도 5건에 이른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이 균에 오염된 조개나 생선을 제대로 익혀 먹지 않아 생기는 대표적인 여름철 식중독이다. 지난해에는 40명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폭염이 시작되면서 비브리오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여름철에 집중 발생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닷물의 온도가 20도를 웃도는 7~9월에 많이 나타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 현황에 따르면, 초여름에 발생하기 시작하다 무더위가 최고조에 이르는 8~9월에 급증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7월 24건, 8월 73건, 9월 135건이 발생했다. 여름철에만 전국에서 230여명의 환자가 나왔다. 상당수가 해안 지역에서 감염됐다. 특히 2013년과 지난해에는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모두 7~9월 발생했다. 그만큼 비브리오균이 여름에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다.
바다에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은 바닷물 온도가 15도 이상 넘어가면 빠르게 증식한다. 해수 온도가 20도를 넘어가면 3~4시간 만에 100만배 증식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여름 바다 연안이나 갯벌에서 채취되는 조개나 생선은 비브리오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흔히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으면 간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구토나 설사, 복부 경련 등에 시달리게 된다”며 “어린이나 노약자는 심한 설사나 구토로 탈수증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간(肝)질환자 특히 조심해야
전문가들은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 비브리오에 오염된 어패류를 제대로 익혀 먹지 않다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고 경고했다. 비브리오는 56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한다. 조리 전 찬물로 충분히 씻기만 해도 세균 활동력이 떨어져 감염 가능성은 줄어든다. 하지만 부주의한 처리가 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세균에 오염된 조리용 칼이나 도마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피부 상처가 있는 사람이 해수욕을 하거나 갯벌에 맨살로 머물다 피부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잠복기 1~2일 뒤 복통과 설사가 일어나고 고열 등의 감기 증세를 보인다. 그러다 패혈증으로 번지면서 다발성 장기 손상이 일어난다. 치사율이 무려 40~60%에 이른다.
지난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환자 수는 48명이었으며, 이들 중 40명이 사망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간경화 환자나 당뇨병·폐결핵·신부전 등 만성질환자의 사망률이 높다.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도 위험그룹이다. 송 교수는 “평소 건강한 사람은 위생에 주의만 기울여도 비브리오에 잘 걸리지 않는다”며 “사망자 10명 중 9명 정도가 만성 간질환자인 만큼 이들은 특히 감염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한 위생요령
여름철 어패류를 먹을 때는 충분히 끓이거나 구워 먹어야 한다. 생선을 회로 조리할 경우 맨 처음 날생선의 내장·머리 등을 잘라내는 데 썼던 칼·도마는 식탁에 올라갈 회를 뜰 때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또 생선을 다듬고 회를 뜨기 전에는 반드시 수돗물로 충분히 씻어야 한다. 조리 전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김일 식약처 식중독예방과장은 “비누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가락, 손등까지 깨끗이 씻는 게 좋다”며 “음식 재료는 유통기한이나 신선도를 꼭 확인한 뒤 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어패류를 사면 바로 냉장 보관해야 세균 증식을 줄일 수 있다”며 “음식을 보관할 때도 날 음식과 익힌 음식이 섞이지 않도록 해야 교차 오염으로 인한 식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냉장고 음식이라도 안심 못해
만약 식중독에 걸렸다면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보리차나 스포츠 음료로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설사가 줄어들면 기름기 없는 미음이나 죽부터 단계적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하지만 설사가 1~2일 정도 지나도 계속되고 발열과 오한, 복통, 구토, 혈변이 있을 때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덕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비브리오균뿐만 아니라 각종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야유회나 가족나들이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게 될 것이고, 급식이나 도시락 등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환경이라면 음식이 쉽게 부패하기 마련인데, 세균이나 독소에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24시간 이내에 구토나 설사, 복통 등의 식중독 증상이 급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이어 “대부분의 식중독은 전해질 수액요법과 식사를 통해 회복되기 때문에 가정에서 따뜻한 보리차 등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중독에 걸렸을 때 “지방이 많은 음식, 유제품, 커피, 콜라, 술 등 위장을 자극하는 음식은 먹지 않도록 하고 미음이나 죽을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비브리오 패혈증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라는 세균에 의한 급성 전신(全身) 감염을 말한다. 특히 만성간질환이 있으면 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지는 패혈증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 치사율이 최고 60%에 이른다. 이 균은 염분을 좋아해 바다에서 잘 번식한다. 이 균에 오염된 음식을 날로 먹거나 피부 상처가 균에 접촉돼 감염이 일어난다.
도움말=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덕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