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뒤쪽)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왼쪽)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에 관해 발언을 시작하자 “회의 끝내”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뒤쪽)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왼쪽)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에 관해 발언을 시작하자 “회의 끝내”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문제를 놓고 막말 욕설로 파행을 빚었다. 집권당이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를 두고 1주일째 출구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김태호 최고위원의 발언이었다. 그는 “콩가루 집안이 잘되는 것을 못 봤다. 당과 나라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며 유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연평해전 기념 평택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유일하게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연일 공격을 이어왔다.

원유철 정책위원회 의장은 “해도 너무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애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전날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공무원 연수생 버스사고 등 현안에 대한 발언을 준비했으나 이를 접고 즉석에서 김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원 의장은 “지난 월요일(지난달 29일)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가지고 긴급 최고위를 가진 지 1주일이 지났나, 열흘이 지났나. 유 원내대표에게 그만두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면전에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셨으나) 사심이 아니고 당과 나라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하신 걸로 이해했다”고 말해 긴급 최고위 당시 유 원내대표에게 강도 높은 인신 공격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여러 가지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 의장의 발언을 듣던 김 최고위원은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김무성 대표가 “그만하라”고 제동을 걸었지만 “잘못 전달되면 안 된다”며 발언을 이어가려 했다. 그러자 김 대표가 “회의를 끝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최고위원은 서청원 최고위원의 만류에도 “사퇴할 이유가 있다. 왜 없느냐”고 고성을 질렀고, 이를 지켜보던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애××도 아니고 … 저 개××가”라고 욕설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 상황을 지켜본 뒤 회의장을 떠났다. 일부 참석자는 회의장을 나가면서 김 최고위원을 향해 막말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말·욕설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모두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친박계는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되는 6일을 유 원내대표 거취 결정의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막말·욕설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여론 악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도 거취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추가경정 예산안을 오는 20일까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하순까지는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당이 극심한 분열에 빠지고 당·청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은 그로서도 부담이다.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