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9일 오후4시35분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미국 뉴욕생명보험과 손잡고 해외 사모펀드(PEF)에 투자할 5600억원 규모의 재간접펀드를 조성한다. 국내 보험사와 연기금들이 해외 PEF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 5억달러 투자

[단독] 삼성금융계열사가 뭉쳤다…해외 PEF에 5600억 투자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프라이빗에쿼티매니저펀드 1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삼성생명(1200억원), 삼성화재(500억원), 삼성증권(250억원) 등이 총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 보험사업의 전략적 파트너인 뉴욕생명보험이 5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운용은 삼성생명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이 맡는다. 삼성자산운용은 이 펀드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 PEF 시장에 진출한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추가로 끌어들여 총 5억달러(5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이 펀드는 해외 PEF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사모재간접펀드(Fund of PEF) 방식으로 운용된다. 예상 수익률은 연 10% 안팎, 운용 기간은 최대 13년이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대형 해외 사모재간접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험사, PEF 투자 활발해질 듯

이번 투자 결정은 그동안 부동산을 제외한 해외 대체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투자 대상을 PEF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삼성생명의 PEF 투자자산은 전체 운용자산(160조원)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면서 뉴욕생명으로부터 운용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투자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삼성자산운용은 사모대출펀드(PDF), 세컨더리 펀드 등 매년 일정한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펀드 위주로 투자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당 500억원 미만 투자에 나서는 국내 보험사의 경우 협상력 부족으로 실력이 뛰어난 펀드 운용사에 투자하기가 어려웠다”며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몸집을 불려 협상력을 키웠을 뿐 아니라 전체 투자규모를 미리 약정해 투자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해외에서도 대형 보험사와 연기금들이 PEF 투자를 늘리고 있다. 투자 기간이 10년 안팎으로 주식보다 길면서도 기대 수익률은 채권보다 높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들의 투자로 국내 대형 보험사와 연기금들의 해외 PEF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국내 대부분 보험사들이 해외 운용사의 PDF나 론펀드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진/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