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에서 이젠 필사로…'힐링 독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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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마음필사'·김용택 '어쩌면 별들이…' 등 서점가 인기몰이
좋은 문장 따라 쓰는 '참여형 독서' 치유 효과…필사 모임도 생겨
좋은 문장 따라 쓰는 '참여형 독서' 치유 효과…필사 모임도 생겨


한 장 한 장 글씨를 담아 페이지를 넘기면 마음을 풀어주는 20여장의 사진도 만날 수 있다. 김난희 토트 주간은 “책을 낼 때 책등을 얇게 하고 특별한 풀을 써서 글씨를 쓰는 데 적합하게 만들었다”며 “종이도 여러 번의 시험을 거쳐 만년필로 써도 번지거나 비치지 않는 것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김 주간은 “벌써 필사를 사랑하는 모임이 생기고 기업 단체 주문까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필사 책은 단순히 글씨를 베껴 쓰는 것을 넘어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일치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내면을 발전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컬러링북이 생각을 멈춤으로써 치유를 추구한 것처럼 필사 책은 생각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깊이를 더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점들도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삼환재에 마련된 ‘필사의 맛’ 코너에서는 그동안 출간된 다양한 필사 책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문구체인 핫트랙스 영등포점, 부산점 등에선 만년필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3000~5만원 사이의 입문용 만년필 코너를 따로 준비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필사를 “생각의 격조와 문장의 격조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훈련법”이라고 정의했다. 좋은 글을 따라 쓰면 글에 적힌 내용을 숙지하며 교양을 쌓을 수 있고, 그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을 익혀 글솜씨가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시뿐만 아니라 고전 산문도 필사 교재로 추천했다. 장 대표는 “필사는 좋은 문장을 자기 몸에 새기는 행위”라며 “다만 좋은 글을 쓰고자 한다면 그 문장을 이겨내 더 좋은 문장을 만드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