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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일만에 1120원대로 훌쩍…"그리스 악재 한꺼번에 반영되는 모습"

원·달러 환율이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 결렬에 따른 우려감이 고조되며 10원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 속 달러화 강세도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1130원대까지 진입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1원 오른 1126.0원에 개장한 후 오전 9시52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8.35원 오른 1125.35원에 거래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8일(종가 1123.3원) 이후 20여일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건 그리스의 디폴트,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우려감이 증대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30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종료일을 앞두고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채무 협상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현재 그리스 정부는 내달 5일 구제금융안 수용 여부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그동안 미미하게 반영되던 그리스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는 모습"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13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며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주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용지표 발표도 대기중이다.

손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리스 국민투표 전까지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당분간 1120~1130원대 거래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1130원대에선 수출업체의 이월 네고물량(달러 매도) 출회 가능성과 급등 부담감 등으로 인해 추가 상승폭을 키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와 관계부처 역시 비상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기획재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그리스 사태가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그리스 디폴트가 발생하더라도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주변국으로 위기가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글로벌 실물경제에 미칠 가능성에 대비, 상황별로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