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인구절벽에 따른 '한국 부동산시장 장기침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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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기 장기침체는 2018년 이후
해리 덴트식 예측기법 한계 많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해리 덴트식 예측기법 한계 많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거품론’ 이후 꼭 10년 만이다. 올여름 휴가철에 읽어야 할 필독서로 해리 덴트의 ‘인구절벽(The Demographic Cliff)’이 추천됐다. 10년 주기설에 따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이어 다음 위기 발생연도로 지목됐던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시장이 인구절벽에 따라 장기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의외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덴트가 부동산시장 앞날을 예측하는 데 즐겨쓰는 기법은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이 이론은 한 나라의 계층별 인구 구성에서 자가 소유 의욕과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는 핵심자산계층(45~49세)이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시장 예측에 관한 한 비교적 정확하다고 평가받았던 덴트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 부동산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이 세대는 은퇴 후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치 않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덴트가 주장했던 ‘2010년 이후 세계 경제 대공황과 증시 장기침체론’은 국내에서도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 이후 은퇴하기 시작하면 19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에코 붐 세대가 다시 자산계층으로 편입되는 2020년대 초까지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가가 경기에 1년 정도 앞서간다면 2009년은 장기 포트폴리오와 자산분배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로 지목했다. 2010년 이후 세계 경제 대공황을 앞두고 증시가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2009년에는 그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요인이 크긴 했지만 이때부터 미국 경기는 회복하고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은퇴 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보유 비율이 낮은 우리로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은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시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1960년대 이후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계층이 두텁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이후에는 자산계층이 받쳐줄 가능성이 낮다. 특히 핵심자산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경기와 부동산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인구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덴트의 주장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신흥국보다 미국의 위상을 너무 높게 본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러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2010년 이후에도 중국, 인도 등이 세계 경기를 지탱해 나갈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간단한 생산함수[Y=f(K,L), K=자본, L=노동, f( )는 함수형태]를 통해 두 사람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아보자. 최근 세계 경제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경제권,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경제권 간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생산함수의 적용 대상이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종전처럼 특정국이 갖고 있는 인구수와 인구구성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세계가 하나의 국가로 진전되는 시대에서는 선진국 자본과 개발도상국 인구를 잘 보완할 경우 세계 경제는 추가 성장할 수 있고, 증시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통화정책의 관할 대상도 바뀌었다. 인구통계학적 예측기법이 잘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신념대로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그린스펀 독트린’).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주장대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 통화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버냉키 독트린’).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경우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이 낮게 예상되더라도 금리인하 등으로 금융차입 비용을 더 낮추면 부동산시장은 얼마든지 매력적일 수 있다. 이른바 ‘부채-경감 현상(debt-deflation syndrome)’으로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 양적 완화를 추진한 핵심적인 근거다.
덴트의 ‘인구절벽에 따른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론’은 예비적인 차원에서는 몰라도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 개방적인 이민정책, 통화정책 관할 대상 확대 등의 선제적인 대책만 세워놓으면 일부 금융회사가 ‘지금이 부동산을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한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덴트가 부동산시장 앞날을 예측하는 데 즐겨쓰는 기법은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이 이론은 한 나라의 계층별 인구 구성에서 자가 소유 의욕과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는 핵심자산계층(45~49세)이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시장 예측에 관한 한 비교적 정확하다고 평가받았던 덴트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 부동산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이 세대는 은퇴 후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치 않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덴트가 주장했던 ‘2010년 이후 세계 경제 대공황과 증시 장기침체론’은 국내에서도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 이후 은퇴하기 시작하면 19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에코 붐 세대가 다시 자산계층으로 편입되는 2020년대 초까지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가가 경기에 1년 정도 앞서간다면 2009년은 장기 포트폴리오와 자산분배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로 지목했다. 2010년 이후 세계 경제 대공황을 앞두고 증시가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2009년에는 그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요인이 크긴 했지만 이때부터 미국 경기는 회복하고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은퇴 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보유 비율이 낮은 우리로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은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시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1960년대 이후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계층이 두텁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이후에는 자산계층이 받쳐줄 가능성이 낮다. 특히 핵심자산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경기와 부동산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인구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덴트의 주장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신흥국보다 미국의 위상을 너무 높게 본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러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2010년 이후에도 중국, 인도 등이 세계 경기를 지탱해 나갈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간단한 생산함수[Y=f(K,L), K=자본, L=노동, f( )는 함수형태]를 통해 두 사람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아보자. 최근 세계 경제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경제권,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경제권 간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생산함수의 적용 대상이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종전처럼 특정국이 갖고 있는 인구수와 인구구성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세계가 하나의 국가로 진전되는 시대에서는 선진국 자본과 개발도상국 인구를 잘 보완할 경우 세계 경제는 추가 성장할 수 있고, 증시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통화정책의 관할 대상도 바뀌었다. 인구통계학적 예측기법이 잘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신념대로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그린스펀 독트린’).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주장대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 통화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버냉키 독트린’).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경우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이 낮게 예상되더라도 금리인하 등으로 금융차입 비용을 더 낮추면 부동산시장은 얼마든지 매력적일 수 있다. 이른바 ‘부채-경감 현상(debt-deflation syndrome)’으로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 양적 완화를 추진한 핵심적인 근거다.
덴트의 ‘인구절벽에 따른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론’은 예비적인 차원에서는 몰라도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 개방적인 이민정책, 통화정책 관할 대상 확대 등의 선제적인 대책만 세워놓으면 일부 금융회사가 ‘지금이 부동산을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한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