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권은 요동치고 있다. 국회로 다시 넘어온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 입법부와 행정부 간 충돌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우선 여야 관계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새누리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재의결하지 않고 자동폐기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국회 전면 보이콧’ 카드를 들고 나왔다.

국회가 멈춰섬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법안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지원위원회 존속기간 연장 동의안 등 2개 안건만 처리됐다.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 본회의에 상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크라우드펀딩법) 처리는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광진흥법, 서비스발전기본법,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의료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도 더욱 요원해졌다.

여야, 입법부와 행정부 간 냉랭한 기류로 오는 8월까지 예정된 정부 예산결산 심사와 9월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심의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이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재부의(상정)까지 국회 일정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재의결에 부정적이어서 국회 공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박 대통령이 이날 구체적인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정치권의 법안 연계 처리 행태를 비판함에 따라 향후 여야 법안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제활성화법 처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여야가 상대 당의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정치적 거래용’ 맞불 법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어린이집에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정작 본회의장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영유아보육법은 4월 국회에서 일부 수정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이와 연계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은 2월 국회에서 여당의 협조 아래 통과됐다. 5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재정법은 기획재정부의 목적예비비 집행과 연계됐다. 현재 국회에서는 서비스발전기본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 관광진흥법과 최저임금법 등이 각각 연계법안으로 묶여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