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 전문가 관점에서 볼 때 최고의 직장은 어떤 곳입니까.’

[Health] 글로벌 기업의 성장 비결…믿고 맡겨둘 때 몰입·성과 커진다
평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동서고금, 직급과 무관하게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질문자들의 표정은 더 진지하고 집요하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업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회사. 당연한 얘기 같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일, 조직, 동료에 대한 몰입이야말로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들이 꼽는 지속성장의 비결이다. ‘몰입’은 무언가에 스스로 관심이 생겨 깊이 파고들게 되는 현상이다.

몰입이 높은 사람은 일에 대한 자기 통제감이 높고, 일 자체를 상당히 즐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몰입된 구성원들이 다른 조직에 비해 많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몰입된 구성원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오래 몰입의 상태가 지속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구성원의 몰입을 끌어내고 지속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인 제약사 중 하나인 릴리의 역발상을 보자. 릴리는 위계와 엄격함 대신 ‘IWP (Integrated Work Place)’라는 자율성 기반 스마트워크 환경을 도입했다. 지정된 좌석을 없애고 그 날의 업무에 따라 필요한 다른 구성원과 함께 앉아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임원실을 없애고 다양한 형태의 회의공간을 늘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내 의사 소통과 주요 의사 결정에 드는 시간이 평균 7시간가량 단축되는 효과를 낳았다. 의사 결정의 스피드가 생겼음에도 의사결정의 질은 오히려 향상됐다. 부서 간 장벽이 낮아짐에 따른 소통의 극대화, 상사가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일하지만 활발한 소통을 통해 업무의 완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일하는 장소·시간·방식의 자율성은 육아나 가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여성인재들에게 효과적이다. 결혼이나 출산 후 경력단절을 막아주고 일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업무와 의사결정의 적극성을 키워준다.

글로벌 기업에서 강조하는 다양성과 포용은 기획과 아이디어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과 배경을 지닌 인재 간의 소통을 창출한다. 시장 선도적인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위험요인을 다각적으로 선별하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성별·인종·지역적으로 다양한 인재를 구성하려는 시도를 최우선 과제로 강화하고 있다. 시장선도적 창의성과 리스크관리가 효과적으로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멀츠코리아, 젠자임코리아, 한국얀센, 한국엘러간 GSK컨슈머헬스 등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의 상당수 한국 지사장은 여성이다. 릴리 한국지사의 경우 임원 9명 중 6명이 여성이다.

국내 기업은 더 이상 내수시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글로벌기업과 경쟁하며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단계의 상명하복식 위계 질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율과 권한 위임을 추진해야 한다. 또 일하는 방식을 바꿔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