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일부 시·도가 앞다퉈 벌여온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해 정부가 실태파악에 나섰다고 한다(한경 6월23일자 A27면 참조). 정책 효과가 지극히 불투명한 조 단위의 예산사업을 정비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마을공동체사업은 2011년 박원순 시장이 부임하면서 서울시가 핵심정책으로 내세웠던 사업이기도 하다. 동네 단위의 갖가지 현안과 민원사업을 주민 스스로 해결케 하자는 명분이었다. 여기에는 마을기업 마을예술창작소 동네북카페 같은 것이 망라됐다. 하지만 그럴듯한 이름에 비해 내실은 그렇지 못했다. 시대에 뒤처진 슬로건이었을 뿐 주민들의 수요 반영이 미흡하고 예산도 낭비된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가 서울을 비롯해 부산 경기 경남 전북 충남 등 6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배경이다.

애초 마을공동체사업은 한국처럼 도시화율이 91.58%(2013년·국토부)에 달하는 산업화·분업화·도시화된 현대 사회에는 맞지 않는 촌락적 슬로건이었다. 전원마을·자연생태마을 사업까지 끼어들어 총예산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분석도 없이 프로젝트만 늘어났다. 이번 조사가 단순한 상황 파악으로 끝나선 안 된다. 먼저 보면 임자요, 단체장과 가까우면 ‘거저먹는’ 식의 눈먼 돈은 아예 예산항목에서 씻어내야 한다. 그게 지방재정 개혁의 시작이요, 자치행정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첩경이다. 이런 조사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행보와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앙정부의 정당한 감독에까지 반발한다면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중앙이든 지자체든 정부가 어설픈 보조금사업에 나서려는 발상자체가 문제다. 심판이 선수로 뛰겠다던 공공 수익사업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꼭 필요한 사안만 법적 절차와 공론화를 거쳐 투명한 정책으로 집행해야 한다. 그외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르는 모든 수익사업은 시장과 민간의 창의에 맡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설익고 편향된 정치 실험은 자치행정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국회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반헌법적, 반시장적인 ‘사회적 경제 기본법’에 대해서도 정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분명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