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가 최대 50%가량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가 집계한 '메르스 국내 유입에 따른 병원계 현실' 자료를 보면 국민의 병원 진료 기피현상으로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은 병원들도 메르스 발생 전보다 환자수가 30~5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병협 측이 사례로 든 A종합병원의 경우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이달 1일 1천487명에 달하던 외래환자가 첫 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후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6월 18일에는 404명에 불과했다.

이 병원은 재원환자도 같은 기간 422명에서 177명으로 줄었다.

병원 측은 전월보다 외래환자가 최대 78.4% 줄었으며, 재원환자는 최대 62.5%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사정은 B종합병원도 마찬가지여서 지난달 26일 2721명이었던 외래환자가 이달 18일에는 1156명에 그쳤다.

메르스 환자가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진 C종합병원은 지난달 1939명에 달했던 외래환자가 이달 18일에는 675명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병원의 자금난도 심화되고 있다는 게 병협의 설명이다.

병협 관계자는 "환자급감 등의 경영난에도 인건비, 시설 운영비 등의 고정비는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병원의 유동성 비율은 평균 82.7% 수준으로 열악한 상황이어서 메르스 여파의 타격이 다른 산업계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병원계의 이런 목소리는 지난 22일 새누리당이 개최한 '메르스 관련 병원계 현장 의견 수렴 간담회'에서도 터져 나왔다.

병협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경기도 A병원이 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가면서 하루 평균 1억2000만원씩, 23일 동안 총 2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자료를 제시했다.

대학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건국대병원의 경우 환자 급감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의 이번 달 월급을 20% 깎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병협 관계자는 "대학병원의 경우 금융권 대출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재무상태가 취약해 교육부 로부터 허가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줄도산 우려가 심각한 병원계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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