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와 외신지원센터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MICE·관광업계 지원 방안과 방한 관광객 안전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와 외신지원센터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MICE·관광업계 지원 방안과 방한 관광객 안전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야외용 텐트와 각종 비품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A사는 최근 1억5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가 됐다. 이달 중순 열릴 예정이던 지역축제에 쓸 대형 텐트 3동과 각종 집기, 비품, 광고물을 제작했는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을 우려한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음향 영상 등 시스템의 설치·운영을 맡고 있는 B사는 개막 하루 전날 행사가 연기되면서 장비 설치와 철거에 들어간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주최 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일부라도 보상을 요구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관련 근거나 기준이 없는 데다 자칫 지금까지 쌓은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말도 꺼내지 못했다.

메르스 리스크에 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국제회의 전시)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예정됐던 기업회의, 학술대회, 국제회의, 지역축제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마이스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메르스 발병 이후 한 달간 연기 또는 취소된 행사는 400여건. 당초 이달부터 8월 말까지 매주 750명 규모의 포상관광단을 한국에 보내려던 중국 왕핀그룹은 메르스 사태 이후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지난 18일 열릴 예정이던 2000여명 규모의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와 국제 콘퍼런스도 잠정 연기됐다. 박진혁 서울관광마케팅 팀장은 “예정됐던 포상관광단은 물론 국제회의와 총회 등의 개최지로 서울을 검토하기 위해 방한하기로 했던 국제협회와 학회에서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發 악재 넘어라"…리스크 관리 나서는 MICE업계
그나마 열리는 행사도 국내외 참가자가 줄어들어 반쪽짜리 행사로 진행되거나 아예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과 인천을 방문하기로 한 뉴스킨 차이나 소속 6000여명의 포상관광단은 시내관광, 쇼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계획을 바꿔 선상행사만 치르고 발길을 돌렸다. 김응수 한국마이스협회 회장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개최하는 행사는 하반기로 일정을 미뤄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업 주최의 행사는 대부분 취소된 상태여서 많은 MICE 기업이 개점휴업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MICE업계를 위해 긴급 특별융자 등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지원이 절실한 서비스(인력·물류·광고·장비임대·시설·IT서비스) 분야 기업은 지원에서 제외됐다. 지원 대상이 국제회의 기획업과 시설업 등 관광진흥법상 관광사업자로 등록된 17개 업종으로 제한돼서다.

이석재 한국전시서비스협회 회장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입은 피해를 지원할 때도 그랬고, 올해도 서비스 분야 기업은 지원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과 다름없다”며 “서비스 분야는 대부분 용역을 행사 현장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행사가 연기 또는 취소될 경우 발생하는 업계의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보상을 요구하기도 어려워 피해를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의 피해가 커지면서 이제 MICE업계도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업계가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MICE분야 공제조합 도입을 장기 추진 과제의 하나로 지원 대책에 포함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정부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현재 여행업공제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제제도를 MICE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응수 회장은 “MICE산업이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관련 기업의 90% 이상은 아직 경영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이라며 “MICE 공제회가 산업 발전과 업계 보호라는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제회의 기획업이나 시설업 외에 MICE산업의 중요한 축인 다양한 서비스업계도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