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세계간호사대회에서 마스크를 쓴 간호사들이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세계간호사대회에서 마스크를 쓴 간호사들이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은 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국제회의 전시)업계가 때아닌 세무조사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세청이 MICE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MICE 지원책 실태조사에도 나서자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MICE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의 민간전시주최사(PEO) 2곳이 관할 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를 통보받은 데 이어 서울시를 포함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고양시 포함)가 최근 감사원에서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안내문에서 이번 조사는 일반조사의 50~80% 수준의 단기 현장조사 위주로 축소해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기업은 갑작스런 조사 통보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세무조사를 앞둔 A사 대표는 “경영자문, 세무컨설팅 등 기업운영에 도움이 되는 지도와 상담위주의 세무조사라고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일반조사로 확대될 수도 있는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 조사를 앞둔 지자체들도 통상적인 조사긴 하지만 행여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메르스로 피해를 입은 MICE업계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세무조사에 나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간 매출규모가 50억원 이상인 기업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영세한 MICE업계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공교롭게도 조사 대상에 뽑힌 2개 회사가 전시주최자협회 회장사여서 업계에선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세무조사 대상인 B사 대표는 “세무조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메르스로 인해 당초 참가하기로 했던 해외 기업과 바이어들이 방한을 취소하는 등 피해가 큰 지금 꼭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병원 대상 세무조사를 연기하기로 한 것처럼 MICE업계에도 같은 조치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의 반응도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메르스로 인해 지역 MICE 행사가 줄줄이 취소·연기된 상황에서 실태조사까지 겹쳐 지역 현안에 대해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의 경우 앞으로 대형 국제 MICE 행사 유치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정부의 실태조사가 MICE업계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