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궁궐에서 역사를 보다…사석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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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 나온 그림 40여점에는 달이 자주 등장한다. 긴 세월 동안 세상 구석구석을 조용히 지켜본 존재다. 사슴 호랑이 토끼 부엉이 등 각종 야생동물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물마다 의미를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한 동물이 작품에 따라 궁궐의 주인이나 주변 인물을 상징하기도 하고, 관찰자 역할을 맡기도 한다. 작품의 의미는 암시를 따라 보는 이들이 추리하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고종 시기를 염두에 두고 그렸다는 ‘창덕궁 부용지 설경 연작’은 이와 대비되는 인상을 준다. 원색 물감을 두껍게 쌓아올리는 작가 특유의 기법 대신 동양 수묵화 같은 단조로 궁궐 뜰을 묘사했다. 작가는 “쇠락해가는 왕조의 쓸쓸한 비장미를 표현하려고 했다”며 “국운의 흥망성쇠에 따라 궁의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