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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인사이트] 자본시장 발전의 걸림돌 '바터' '파킹' 못버린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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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시장 '10년 역주행'
    채권인수 역량 확보는 뒷전

    증권사 3곳 이상 거래땐 당국도 적발 어려워
    '파킹' 거래로 투자자 손실…檢, 펀드매니저 등 기소
    [마켓인사이트] 자본시장 발전의 걸림돌 '바터' '파킹' 못버린 증권사
    마켓인사이트 6월16일 오후 2시50분

    ‘바터’와 ‘파킹’은 한국 채권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 악습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좀먹는다는 비판에도 증권사들의 실적우선주의와 도덕적 해이로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인 SK증권은 지난해 6조6512억원어치의 채권을 인수했다. 자기자본(3927억원·작년 말 기준)의 17배에 달하는 액수다. 다른 그룹 소속 증권사와의 ‘밀어주기’ 관행이 없었다면 달성이 불가능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2010년대 초 ‘바터 근절’을 선언한 삼성증권이 지난해 자기자본(3조4318억원)보다 적은 3조1439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인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자기자본이 각각 6746억원과 5812억원인 이들은 지난해 3조4756억원과 3조6091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배정받았다. 작년 채권 인수실적 순위는 SK증권이 4위, 하이투자증권 8위, HMC투자증권 9위, 삼성증권은 11위였다.

    이러다 보니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인 채권인수(underwriting) 경쟁력을 키우는 일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그룹 계열사 채권 물량을 쉽게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편법이 성행하는 이유는 같은 그룹 소속 계열사끼리 채권을 발행하고 인수하는 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社 바터로 끌어올린 '거품 실적'
    SK·하이투자·HMC증권 年 3~6兆 채권 인수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은 증권사가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 주관업무를 맡거나 가장 많은 물량을 인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터(barter)’는 여러 증권사가 구두로 합의한 뒤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 2개 증권사가 맞교환하는 경우에는 비교적 쉽게 드러나지만, 세 곳 이상이 돌아가면서 거래하면 입증이 더 어렵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로선 전문 인력을 강화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보다 바터에 집중하는 게 실적 쌓는 데 더 도움이 된다”며 “이런 관행 때문에 수요 예측을 잘하는 몇몇 증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란 기대도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후진적인 영업 관행은 유통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남부지검은 16일 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과 7개 증권사 임직원 간 불법 채권거래를 수사한 끝에 ‘파킹(parking)’ 거래로 기관투자가에 113억원의 손실을 끼친 펀드매니저 2명과 증권사 임직원 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4월27일 아이엠투자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신영증권 동부증권 등 7개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파킹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펀드매니저들이 채권의 보유 한도 규정 등을 피해 증권사(중개인) 명의로 채권 매입을 부탁하면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이 오래전부터 횡행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보유기간 중 평가손실이 나면 펀드매니저는 해당 증권사에 다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보전해준다.

    검찰은 이런 관행에 찌들어 수년간 공짜 여행을 다녀온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 등 총 103명의 펀드매니저와 여행비 유흥비 등을 대납해온 증권사 임직원 45명도 적발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여행경비를 댄 증권사 직원,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펀드매니저와 친분이 깊고 은밀할수록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유통시장의 적폐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습이 자본시장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터 거래가 횡행하는 시장은 증권사가 본연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노력을 외면하기 십상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신용 분석 연구원을 확충하고 자체 시장분석 시스템 개발에 투자하는 등 인수 경쟁력 차별화를 시도해봤지만 바터 관행의 벽은 너무 높았다”고 토로했다.

    파킹도 근본적으로 채권 거래의 ‘불투명성’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기업의 장기저리 자금 조달과 투자자의 수익 향상을 위한 자본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선 시장의 투명성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바터

    barter. 대기업집단 소속 증권사가 그룹 계열사가 발행하는 채권의 주관·인수 물량을 다른 그룹 증권사 물량과 맞바꾸는 행위.

    ■ 파킹

    parking. 채권의 실제 소유주(펀드매니저 소속 금융회사)가 소유 사실을 감춘 채 다른 금융회사(중개인)에 증권을 맡기는 행위.

    하헌형/이태호/오형주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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