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12편의 영화를 합작하기로 했습니다. 6편은 계약을 마쳤고, 6편은 시나리오를 공동 개발하고 있어요. 중국 영화시장이 연평균 30%씩 성장하면서 좋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김형준 한맥문화 대표(55·사진)는 최근 영화계에 불고 있는 한·중 기업 간 합작 붐을 이끄는 리더다. 영화계 한·중 합작은 감독과 배우가 중국에서 출연료를 받는 단순한 형태로 시작돼 최근에는 CJ E&M을 필두로 양국 제작사 간 투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 최초로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선 ‘실미도’를 기획하고 ‘천년호’ ‘시실리2㎞’ 등을 제작한 인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모노폴리’ ‘첫눈’ 등이 잇달아 실패한 뒤 회사를 접고 CJ E&M 영화부문 고문으로 일하며 한·중 합작 로맨틱 코미디 ‘이별계약’을 히트시켰다.

새 회사인 한맥문화 대표로 그가 중국과 합작한 첫 영화는 인공수정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빠를 찾아 중국으로 떠나 모험을 펼치는 가족 코미디 ‘메이킹 패밀리’. 오는 9월 중국 개봉을 목표로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다. 주연은 김하늘과 중국 배우 리즈팅이며 ‘수상한 고객’을 연출한 조진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비 50억원 중 중국 미디어비전이 70%를 투자하고 한맥문화가 30%를 담당한다. 한맥은 기획과 시나리오도 맡았다. 김하늘을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는 중국인이다. 한국에서는 감독과 카메라, 의상 등 스태프 40여명이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 3편은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캐스팅 단계다. 한국 배급사 NEW의 2대 주주인 중국 화책미디어와 합작하는 이승무 감독의 한·중·일 합작 액션 ‘화이트 트라이앵글’은 150억원을 투입해 한국 홍콩 일본 등에 걸친 국제 마약범죄를 다룬다. 중국 싱메이와 합작하는 오상호 감독의 코믹 멜로 ‘헤븐’은 암선고를 받은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유쾌하게 그릴 예정이다. 순제작비 50억원이 들어가는 김상진 감독의 코미디 ‘일어서라 대장부’는 권태기에 들어선 부부의 전쟁을 코믹하게 펼친다.

“8편은 양국이 시나리오를 함께 개발하고 있어요. 심의가 까다롭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가 많습니다. 중국은 심의 규제가 강해 영화업자들이 상상력에 제한을 받습니다. 우리는 상상하면 일단 부딪쳐 보지만, 중국 영화인들은 자체 검열을 하거든요. 중국 상업영화 역사는 이제 10여년에 불과해 공포물 등 장르영화가 태동하는 단계입니다.”

중국 영화시장은 지난해 박스오피스 48억달러(약 5조원)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성장했다.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해 스크린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게 주요인이다. 중국 내 스크린은 2010년 6256개에서 지난달 말 2만7105개로 5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제작 편수는 연간 600~700편이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게 많아 극장 개봉작은 250~300편 정도다.

김 대표는 “중국인은 외국 영화에 관대한 편이라 흥행 상위권에 할리우드 영화가 많다”며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품질이 좋아야 하므로 신선한 소재와 장르를 찾아 중국시장에 맞춘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