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9일 오후 4시24분

삼성물산 주식의 공매도(空賣渡) 물량이 최근 사흘간 100만주 넘게 쏟아졌다. 공매도 ‘폭탄’에 삼성물산 주가는 큰 폭으로 출렁이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참여 선언 이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주식시장에 공매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공매도의 주요 주체인 헤지펀드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데다 증시의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이 공매도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대형 사건·사고마다 공매도 '폭탄'…개미 무방비
○2년 새 공매도 물량 두 배 늘어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나온 공매도 물량은 지난달 2억6401만주로 2년 만에 두 배가량 늘었다. 2013년 5월엔 1억3416만주였다.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달 6조45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61% 늘었다.

개별 종목들도 공매도 물량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물산 공매도 물량은 엘리엇이 지분 매입 사실을 공시한 지난 4일 20만9800주를 기록한 데 이어 5일엔 57만8000주로 급증, 2008년 공매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8일에도 27만8500주의 공매도 물량이 나와 사흘간(거래일 기준) 총 거래량의 3.5%를 차지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 2500원(3.55%) 떨어진 6만8000원에 마감해 이틀 만에 10.6% 하락했다.

‘가짜 백수오’ 논란에 휩싸였던 내츄럴엔도텍은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인 4월 중순에 이미 공매도가 급증, 금융당국이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한 달 만에 9만원대에서 9000원대(5월20일 종가 9270원)까지 떨어진 것도 공매도 폭탄이 가세하며 낙폭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보공개법안 국회서 ‘낮잠’

증권업계는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매도의 주요 주체인 헤지펀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연 7~8%의 수익률을 내고 있어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2조9331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말(2조4944억원)보다 17.6% 늘어났다.

여기에 오는 15일부터 주식 가격제한폭이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되면 약세장을 예측하는 기관 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공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시장은 개인들의 참여가 배제돼 있다. 한국거래소가 홈페이지에 시장별, 종목별 공매도 수량과 금액을 공개하고 있지만 공매도 주체가 누구인지와 주체별로 어느 정도의 물량을 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들이 확인할 수 없다.

공매도로 인한 개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김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특정 종목의 공매도 잔액이 일정 비율(발행주식 총수의 0.5% 수준)일 경우 투자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 공매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주문을 내는 투자기법.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가 가능한 기관투자가에 허용돼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