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정경화 씨(왼쪽)와 정명화 씨. 연합뉴스
‘제12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정경화 씨(왼쪽)와 정명화 씨. 연합뉴스
“프랑스 음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인상주의 음악 대가인 드뷔시와 라벨을 떠올리기 쉬워요. 이번 음악제에서는 바로크시대 작곡가 라모부터 베를리오즈, 구노, 생상스, 메시앙을 거쳐 현존하는 작곡가 티에리 에스카이쉬까지 프랑스 음악의 세계를 폭넓게 다룰 예정입니다.”

정명화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은 8일 서울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열두 번째를 맞는 올해 음악제에선 음악뿐 아니라 문학 철학 무용 회화 건축 등 많은 예술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프랑스를 주제로 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여름 펼쳐지는 클래식 축제인 대관령국제음악제가 다음달 14일부터 8월4일까지 22일간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과 뮤직텐트 등에서 열린다. 대관령음악제는 2013년에는 스칸디나비아반도, 지난해엔 지중해 음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해마다 특정 지역 색깔이 묻어나는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프렌치 시크(French chic)’. 자연스러운 듯 진지한 프랑스만의 세련미를 일컫는 말이다. 정 감독은 “프랑스 예술은 고전적이며 전통적인 것을 실험적으로 잘 아우른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드뷔시가 100년 전인 1915년 플루트 비올라 하프의 삼중주를 선보인 뒤 지금까지 많은 작곡가가 이들 악기로 삼중주를 201개나 썼다”고 설명했다.

음악제 프로그램은 오페라, 오라토리오, 교향악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로 꾸밀 예정이다. 정 감독은 “숙연하고 심오한 메시앙의 사중주 ‘디 엔드 오브 타임(The End of Time)’부터 관람석 의자에 기대어 발로 박자를 맞출 수 있는 오펜바흐처럼 즐겁고 가벼운 곡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음악제에는 세계 초연하는 작품도 많다. 미국 대시무용단 단장이자 안무가인 그레고리 돌바시안은 라벨의 발레곡 ‘볼레로’에 맞춰 새로운 안무를 선보인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 무용수 서희와 프랑스 무용수 알렉상드르 암무디가 이 공연을 위해 내한한다. 올해 음악제를 위한 신곡인 이신우 서울대 음대 교수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풍경’, 에스카이쉬의 ‘클라리넷 첼로 비올라 더블베이스 피아노와 팀파니를 위한 6중주’도 연주된다. 작곡가이자 피아노 즉흥곡 연주의 대가인 에스카이쉬는 관객에게 즉흥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하프시코드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 손열음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무척 좋아하는 곡”이라며 “이 곡을 처음 연주한다면 하프시코드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더 큰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출신 음악 영재로 올해 퀸엘리자베스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임지영도 특별 연주회를 연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