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 급락…ELS 무더기 손실 진입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 종목인 현대자동차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들도 무더기로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현대차는 2일 전날보다 10.36% 하락한 13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엔저 여파 등으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코스피지수가 한꺼번에 6% 이상 폭락해 ‘검은 금요일’로 불렸던 2011년 8월19일(10.97%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외국인이 1487억원, 기관이 80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장 초반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가 종목형 ELS 손실구간선에 근접하자 단기차익을 노린 국내외 헤지펀드의 공매도 물량이 가세해 낙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ELS를 발행할 때 위험 분산을 위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투입해 해당 종목 현물을 매수하는데, 손실구간 진입이 확정되면 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다. 주가가 일단 손실구간에 들어가면 ELS 매물이 주가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다른 ELS까지 손실구간으로 미끄러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런 종목은 헤지펀드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물량이 많은 ELS의 손실구간선 아래까지만 주가를 끌어내리면 다른 매물을 끌어들일 수 있어 손쉽게 단기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조선, 정유, 화학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ELS 2조원어치가 손실구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관련주 주가가 20~30%가량 폭락했다.

증권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손실구간에 진입한 현대차 연계 ELS 물량은 74개 상품, 391억원어치에 달했다. 2013년 10월에 발행된 삼성증권 ELS 9152호(손실구간선 15만8700원), 대우증권 ELS 10417호(15만5100원), 한국투자증권 아임유 ELS 4054호(15만8700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들에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은 계약 시점과 만기 때 현대차 주가를 비교해 주가가 떨어진 비율만큼 원금을 떼인다. 현대차 주가가 12만원까지 떨어지면 손실구간 진입 물량은 1000억원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주가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약세 장기화로 일본 경쟁사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주된 성장동력이었던 중국시장의 5월 출하량도 전년 동기 대비 12%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