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현인(賢人)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모기 유자부로 일한포럼 회장, 가와무라 다케오 전 일본 관방장관, 김수한 전 국회의장,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승윤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연합뉴스
냉각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현인(賢人)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모기 유자부로 일한포럼 회장, 가와무라 다케오 전 일본 관방장관, 김수한 전 국회의장,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승윤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연합뉴스
“한·일 교류는 많은데 정치인들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들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이홍구 전 국무총리)

"꼬인 관계 우리가 푼다"…한일 원로들 서울 집결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한국과 일본 정·관·재계 원로들의 열띤 목소리가 회의장 밖까지 흘러나왔다. 한·일 관계 개선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한·일 현인(賢人)회의’에서다. 이들은 양국 정상뿐만 아니라 정·재계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던졌다.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 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루빨리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의 걸림돌로 정치인의 소극적인 태도를 꼽기도 했다. 모리 전 총리는 “양국 정치인과 정상들도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이제는 대통령, 총리, 정책관료 등 각계에서 모든 것을 새로운 세대가 이끌고 있다”며 “수교 5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어떻게 지혜롭게 대응할지에 대해 경험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원로들은 이날 회의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오찬을 함께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논의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셔서 52명만 생존해 계신다”며 “이분들이 살아계실 때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일본 측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 원로들은 박 대통령에게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양국 원로들이 지혜와 연륜을 나눠달라”고만 답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우호관계를 지탱해온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 등 일본 역대 정부의 역사인식을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올해 명확히 밝히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8·15 아베 담화를 통해 (이런)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가와무라 다케오 전 일본 관방장관은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속히 회담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한·일 현인회의는 양국 고위급 원로들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올해 초 발족한 회의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민간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자는 취지에서다. 한·일 6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됐으며 평균 연령은 78세다. 지난 3월 도쿄에서 첫 회의를 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했다. 당시 폐암 수술로 참석하지 못한 모리 전 총리는 이번 서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수술 뒤 2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