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팍스 아메리카나'는 끝났다?…새로운 미국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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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조지프 S.나이 지음 /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56쪽 / 1만4000원
조지프 S.나이 지음 /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56쪽 / 1만4000원
미국 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가운데 28%는 ‘미국이 다른 모든 나라보다 우월적 위치에 서 있다’고 답했다. 2011년 38%에서 10%포인트 떨어졌다. 2002년에는 미국인 55%가 ‘미국이 10년 전에 비해 더 중요하고 강한 나라가 됐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10여년 새 미국인조차 미국의 지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반면 중국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를 이끌 국가로 평가받는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21세기는 중국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추진 중인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반대에도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 서방 국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은 세계적인 화두다. 오늘날 미국의 모습을 옛 로마제국 쇠퇴기에 빗대기도 한다. 국제정치학계 석학 조지프 S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사진)는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이런 전망과 진단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의 결론은 명확하다. “앞으로도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대가 지났다’는 분석은 경제력의 쇠퇴에서 비롯했다. 미국은 19세기 말 세계 최대 산업국가로 우뚝 섰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세계 경제력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 몫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전후 부흥정책에 의해 세계 각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1970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쟁 전인 25% 안팎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계의 패권을 쥐는 데 경제력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미국이 국제 질서에 영향을 끼친 시발점은 1917년이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오랜 고립주의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미군을 유럽 전선에 파병했다. 19세기 내내 경제력을 무역 거래에만 사용하던 기조를 틀어 군사비에 쓰기 시작했다. 1945년 이후 미국은 다른 국가에 안보를 보장해주고 협력을 얻는 동맹 체제를 통해 영향력을 굳혀왔다.
미국은 문화와 정치적 가치, 대외 정책 등 세 가지 요소로 이뤄지는 ‘소프트 파워’ 면에서도 단연 앞선다.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고 창업 생태계가 활발히 돌아가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예다. 소프트 파워는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 할리우드, 팝 음악 등 대부분 민간에서 일군다.
저자는 “중국 인도 유럽 등 미국을 위협할 잠재력을 가진 국가나 국가권은 치명적인 약점을 한두 가지씩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력 면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후보 국가지만 소프트 파워 면에서 크게 뒤처진다. 예컨대 아프리카나 남미를 상대로 한 중국의 원조 프로그램은 제도적 문제나 인권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도 상관없이 가동되고 있다. 서방 국가는 문제가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원조를 자제한다. 유럽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분절된 국가로 이뤄져 통합이 큰 문제다.
물론 미국을 대체할 국가가 없더라도, 세계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정보 혁명’을 통해 권력의 분산이 이뤄지며 힘의 관계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간다. 그렇기에 “다가올 ‘미국의 세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의 세기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다가올 미국의 세기는 헨리 루스가 그 말을 처음 만들어 소개했을 때와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반면 중국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를 이끌 국가로 평가받는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21세기는 중국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추진 중인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반대에도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 서방 국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은 세계적인 화두다. 오늘날 미국의 모습을 옛 로마제국 쇠퇴기에 빗대기도 한다. 국제정치학계 석학 조지프 S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사진)는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이런 전망과 진단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의 결론은 명확하다. “앞으로도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대가 지났다’는 분석은 경제력의 쇠퇴에서 비롯했다. 미국은 19세기 말 세계 최대 산업국가로 우뚝 섰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세계 경제력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 몫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전후 부흥정책에 의해 세계 각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1970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쟁 전인 25% 안팎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계의 패권을 쥐는 데 경제력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미국이 국제 질서에 영향을 끼친 시발점은 1917년이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오랜 고립주의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미군을 유럽 전선에 파병했다. 19세기 내내 경제력을 무역 거래에만 사용하던 기조를 틀어 군사비에 쓰기 시작했다. 1945년 이후 미국은 다른 국가에 안보를 보장해주고 협력을 얻는 동맹 체제를 통해 영향력을 굳혀왔다.
미국은 문화와 정치적 가치, 대외 정책 등 세 가지 요소로 이뤄지는 ‘소프트 파워’ 면에서도 단연 앞선다.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고 창업 생태계가 활발히 돌아가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예다. 소프트 파워는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 할리우드, 팝 음악 등 대부분 민간에서 일군다.
저자는 “중국 인도 유럽 등 미국을 위협할 잠재력을 가진 국가나 국가권은 치명적인 약점을 한두 가지씩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력 면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후보 국가지만 소프트 파워 면에서 크게 뒤처진다. 예컨대 아프리카나 남미를 상대로 한 중국의 원조 프로그램은 제도적 문제나 인권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도 상관없이 가동되고 있다. 서방 국가는 문제가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원조를 자제한다. 유럽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분절된 국가로 이뤄져 통합이 큰 문제다.
물론 미국을 대체할 국가가 없더라도, 세계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정보 혁명’을 통해 권력의 분산이 이뤄지며 힘의 관계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간다. 그렇기에 “다가올 ‘미국의 세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의 세기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다가올 미국의 세기는 헨리 루스가 그 말을 처음 만들어 소개했을 때와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