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은 흔적을 남기고…흔적은 기회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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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흔적에 기회가 있다
필 사이먼 지음 / 장영재·이유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80쪽 / 1만8000원
필 사이먼 지음 / 장영재·이유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80쪽 / 1만8000원
폭풍우가 다가온다는 기상 예보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살까. 배터리, 통조림 제품, 생수 등 구호 물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다. 월마트는 2004년 허리케인과 폭풍우 예보에 앞서 회사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딸기맛 팝타르츠(과자의 일종)가 평상시 판매량보다 7배나 더 많이 판매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허리케인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맥주였다.
직관은 영감을 가져다주지만 이에 기반한 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개인적 경험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기에 선입견으로 가득할 때가 많다.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1973년 밝힌 ‘가용성 추단법의 늪’이다.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와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도 그들의 저서와 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이 합리적이지 않음을 증명했다.
기업이 의사결정을 할 때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이유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소비자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소비자의 흔적은 기회로 연결된다. 데이터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분석할 준비만 돼 있다면 말이다. 미국 통계학자이자 품질관리 전문가 에드워즈 데밍은 “신(God) 말고는 누구라도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데이터에 익숙지 않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데이터를 무시할 수는 없다. 기술전문가 필 사이먼은 《당신의 흔적에 기회가 있다》에서 “데이터는 무시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척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한 기업 인사부장이 아이비리그 출신을 채용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미국 하버드대나 예일대 동문을 고용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빅데이터’가 이슈라고 해서 무작정 비정형·반구조화 데이터 수집에 눈독을 들일 이유는 없다.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정보(스몰 데이터)부터 착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무리 정교한 빅데이터 전문 프로그램이라 해도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담고 있다면 정확한 소량의 데이터를 담고 있는 단순한 엑셀 스프레드시트가 더 생산적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GIGO)”는 데이터 관리의 오래된 법칙이다.
데이터 분석이 대기업에만 필요하다는 생각도 고정관념이다. ‘대조군 실험(A/B 테스트)’은 통계학자나 컴퓨터공학자가 아닌 개인도 실무에 적용해볼 수 있다. 2011년 정보기술(IT)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린 스타트업을 지은 에릭 리스는 자신의 책 표지와 제목 선정을 위해 ‘A/B 테스트’를 통해 호감도를 조사하고, 선 주문한 독자들에게는 실험 데이터를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현재 출판된 이 책의 표지와 제목, 부제는 실험을 통해 얻어진 최적의 결과다.
마케팅 세계에선 더 이상 대중이 차지하는 위치는 없다. 사이먼은 “오늘날 대중에게 상업적으로 다가갈 방법은 (미국에서) 1년에 단 한 가지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바로 ‘슈퍼볼’”이라고 썼다. 이 같은 대중 마케팅의 실종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를 알아내야 하는 이유 중 한 가지다.
데이터 분석에 있어 사생활 침해 문제는 더 깊은 분석을 어렵게 하는 방해물이다. 2012년 8월 미국 연방통상위원회는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 사용자를 추적해 광고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구글에 22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해 초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 ‘패스’도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 이름, 전화번호 등을 자사 서버에 수집해 논란을 빚었다. 데이터 분석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윤리적 문제다.
저자는 “데이터가 모든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최소한 기업의 연구개발, 재정, 마케팅, 판매, 인적 자원 등 핵심 항목에 대한 의사결정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결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빅데이터의 흐름과 전망, 문제점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실용적인 비즈니스 활용법까지 제시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이 데이터에 대해 갖춰야 할 태도와 다양한 업계 동향, 기술적 문제 등을 폭넓게 훑어볼 수 있는 개론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직관은 영감을 가져다주지만 이에 기반한 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개인적 경험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기에 선입견으로 가득할 때가 많다.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1973년 밝힌 ‘가용성 추단법의 늪’이다.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와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도 그들의 저서와 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이 합리적이지 않음을 증명했다.
기업이 의사결정을 할 때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이유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소비자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소비자의 흔적은 기회로 연결된다. 데이터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분석할 준비만 돼 있다면 말이다. 미국 통계학자이자 품질관리 전문가 에드워즈 데밍은 “신(God) 말고는 누구라도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데이터에 익숙지 않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데이터를 무시할 수는 없다. 기술전문가 필 사이먼은 《당신의 흔적에 기회가 있다》에서 “데이터는 무시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척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한 기업 인사부장이 아이비리그 출신을 채용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미국 하버드대나 예일대 동문을 고용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빅데이터’가 이슈라고 해서 무작정 비정형·반구조화 데이터 수집에 눈독을 들일 이유는 없다.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정보(스몰 데이터)부터 착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무리 정교한 빅데이터 전문 프로그램이라 해도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담고 있다면 정확한 소량의 데이터를 담고 있는 단순한 엑셀 스프레드시트가 더 생산적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GIGO)”는 데이터 관리의 오래된 법칙이다.
데이터 분석이 대기업에만 필요하다는 생각도 고정관념이다. ‘대조군 실험(A/B 테스트)’은 통계학자나 컴퓨터공학자가 아닌 개인도 실무에 적용해볼 수 있다. 2011년 정보기술(IT)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린 스타트업을 지은 에릭 리스는 자신의 책 표지와 제목 선정을 위해 ‘A/B 테스트’를 통해 호감도를 조사하고, 선 주문한 독자들에게는 실험 데이터를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현재 출판된 이 책의 표지와 제목, 부제는 실험을 통해 얻어진 최적의 결과다.
마케팅 세계에선 더 이상 대중이 차지하는 위치는 없다. 사이먼은 “오늘날 대중에게 상업적으로 다가갈 방법은 (미국에서) 1년에 단 한 가지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바로 ‘슈퍼볼’”이라고 썼다. 이 같은 대중 마케팅의 실종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를 알아내야 하는 이유 중 한 가지다.
데이터 분석에 있어 사생활 침해 문제는 더 깊은 분석을 어렵게 하는 방해물이다. 2012년 8월 미국 연방통상위원회는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 사용자를 추적해 광고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구글에 22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해 초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 ‘패스’도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 이름, 전화번호 등을 자사 서버에 수집해 논란을 빚었다. 데이터 분석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윤리적 문제다.
저자는 “데이터가 모든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최소한 기업의 연구개발, 재정, 마케팅, 판매, 인적 자원 등 핵심 항목에 대한 의사결정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결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빅데이터의 흐름과 전망, 문제점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실용적인 비즈니스 활용법까지 제시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이 데이터에 대해 갖춰야 할 태도와 다양한 업계 동향, 기술적 문제 등을 폭넓게 훑어볼 수 있는 개론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