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해 460여명의 사망자를 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에 다녀온 68세 한국 남성이 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것을 확인해 격리 조치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 남성은 최근 바레인 출장을 다녀온 뒤 고열과 함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했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은 2003년 아시아를 강타한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와 증상이 비슷해 ‘중동 사스’라고도 불린다. 고열과 기침, 호흡 곤란과 함께 폐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신장 기능 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사율은 30~40% 수준으로 사스(9%)보다 높다.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

이 남성 환자는 바레인에 지난달 18일부터 보름가량 머문 뒤 카타르를 경유해 지난 4일 입국했다. 입국한 지 7일째인 11일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으며 12일부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를 치료한 의사와 간호사, 가족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료진에서는 아직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환자를 간병해온 부인이 호흡기 증상을 호소해 확진 검사를 진행 중이다. 잠복기는 2~14일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환자는 호전 중”이라며 “환자 부인에게서 가벼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반 국민에게까지 전파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국내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메르스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