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살의 다자키 쓰쿠루는 수수께끼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대학 2학년 때 갑자기 연락이 끊긴 네 명의 친구에 대한 기억이다. 10여년 만에 친구들의 흔적을 다시 찾기 시작한 그는 피아노를 치던 한 친구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친구가 종종 치던 곡은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곡 ‘순례의 해’ 중 ‘르 말 뒤 페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2013년 발표한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나오는 내용이다.

무라카미의 소설 속 음악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오는 31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하루키 뮤직룸’ 콘서트(3만~8만원)다. 최수열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가 소설 1Q84에 나온 레오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한 빌 에반스의 재즈풍 왈츠곡 ‘왈츠 포 데비’ 등 여섯 곡을 연주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와 재즈평론가 황덕호 씨가 함께 사회를 맡아 곡의 해석을 돕고, 책 속의 구절을 낭송한다.

이동진 씨는 “무라카미 소설에서 음악은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니라 주제를 끌어가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날 콘서트에선 1Q84에서 여주인공 아오마메가 꽉 막힌 도쿄의 고속도로에서 듣던 신포니에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오는 베토벤 전원교향곡 1악장, 해변의 카프카에 등장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삽입곡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things)’ 등이 연주된다.

이씨는 “국내에서 무라카미 소설 속 음악을 선보인 연주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규모가 큰 관현악단의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