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비밀번호'…12조 생체인식 선점 경쟁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전자통신박람회 ‘세빗(CeBIT) 2015’에서 비밀번호 대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결제하는 ‘스마일 투 페이’ 기술을 선보였다. 당시 마 회장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인식시켜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증과 결제가 이뤄지는 과정을 시연했다. 그는 “얼굴 인식 시스템은 비밀번호 분실이나 보안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유통 업체들이 지문 홍채 정맥 등 신체의 고유한 특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생체인식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세계 생체인식시장 규모는 지난해 84억1500만달러(약 9조2200억원)에서 내년 117억800만달러(약 12조83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스마트폰 쥐기만 해도 인증

미국 야후는 신체의 일부만 스마트폰에 갖다 대도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 화면에 주먹을 갖다 대거나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쥐면 이를 인식해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잠금을 푸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야후는 이 생체인증 시스템을 ‘보디프린트(bodyprint)’라고 이름 지었다. 야후 연구팀은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은 표면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신체 부위의 스캔이 가능하다”며 “인증 정확도는 99.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지쓰는 눈의 홍채를 인식해 인증하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적외선 카메라로 홍채 패턴을 읽어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까지 상용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사람의 홍채는 위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뛰어날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여름 출시할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10에 ‘윈도헬로’라는 생체인식 보안 기능을 담을 예정이다. 비밀번호 대신 사람의 얼굴 지문 홍채 등을 인식해 로그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도 생체인증사업 활발

국내에서도 IT 서비스 회사인 삼성SDS 등이 생체인증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SDS는 지난달 생체인증 국제표준단체인 FIDO협회로부터 세계 두 번째로 생체인식 기술을 인증받았다. 이 협회에는 삼성전자 구글 MS 비자카드 페이팔 등 190여개 글로벌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생체인증 솔루션을 활용한 기업형 모바일 보안제품이 회사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결제 전문회사인 KG이니시스는 삼성SDS와 손잡고 지문 인증 간편결제 서비스를 지난달 말 내놨다. KG이니시스의 간편결제 서비스 ‘케이페이(Kpay)’에 도입된 삼성SDS의 솔루션은 지문 인식을 통해 사용자를 확인한다.

생체인식 기술이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발전과 함께 의료 등의 분야에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신체가 아닌 사람의 글씨체 등을 인증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걸음걸이, 체취 등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